법무부는 19일 김혜숙 이화여대 총장을 위원장으로 한 ‘제14기 법무부 정책위원회’를 출범하고 ‘법무행정 쇄신방향’을 발표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공식 취임 후 처음으로 내놓은 법무행정 쇄신방향의 키워드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인권이 존중되는 사회조직문화 쇄신 등 3가지다.
박 장관이 재임 기간 중점을 두고 추진할 ‘정책 로드맵’이지만 이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법무부가 추진한다고 밝힌 다중대표·집단소송제 등의 정책이 우리 경제에 득보다는 실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 주주가 불법행위를 한 자회사나 손자회사 임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다. 하지만 경제계에서는 벌써 헤지펀드가 이 제도를 악용할 수 있다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실제 제도가 도입된 후 소수 주주보다는 헤지펀드들이 ‘기업 흔들기’용 카드로 다중대표소송제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두 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한 주당 이사 후보자 수만큼 의결권을 주는 집중투표제와 집단소송제 역시 기업들의 우려 대상이다. 집중투표제의 경우 투기자본이나 소액주주가 힘을 합쳐 사외이사로 진출해 기업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집단소송제도 자칫 소송 남발로 이어질 수 있다. ‘블랙 컨슈머’들이 기업을 압박하기 위해 악용할 소지도 없지 않다. 앞서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식품 집단소송제’ 도입이 추진됐으나 각종 우려와 기업 반대가 이어지며 결국 무산된 바 있다.
법정 최고 이자율을 연 20%까지 낮추는 방안도 자칫 저소득·저신용자 등 취약계층을 불법 사채 등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부작용과 문제점 등으로 반대 의견이 거셀 수 있다는 점에서 법무부가 추진하는 이들 정책이 국회의 높은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자칫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와 함께 법무부는 중소기업이나 영세상인을 자금경색, 신용 위험 전가, 연쇄부도 등 위험에 노출시키는 약속어음 제도도 단계적으로 폐지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권리금 보호 대상 확대, 임대료 인상률 상한 인하 등이 담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법률 제정이나 개정 등으로 도입한다고 한 제도 가운데 일부는 차츰 회복되고 있는 국내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있다”며 “무턱대고 정부 기조에 맞추기보다는 실정에 맞춘 정책을 고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현덕기자 alwa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