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친박’ 꼬리표를 확실하게 떼게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인 ‘서금회’ 멤버로 전 정권 실세와 친분이 두텁다는 얘기가 끊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권 교체 이후 은행 안팎에서 이 행장 흔들기 시도가 감지되기도 했다.
하지만 국가정보원 개혁위원회가 최근 공개한 ‘국정원 간부의 청와대 비선 보고’ 자료를 보면 정반대의 사실이 드러났다. 이 행장이 친박 실세로 수혜를 보기는커녕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국정원의 감찰 대상으로 오르는 등 핍박을 받은 정황이 확인돼서다. 개혁위는 이 행장에 대한 국정원 감찰에 대해 “최순실 등이 이 행장의 연임을 저지하기 위해 비리 행위 적발 등 명분이 필요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이 행장이 박 전 대통령과 서강대 동문이어서 친박으로 분류는 됐지만 오히려 정권 핵심으로부터 사퇴 압박 등 갖은 핍박을 받은 것이다. 실제 국정원은 지난해 6월 이 행장의 비리 첩보를 수집하면서 우리은행 출입 정보관(IO)이 아닌 별도의 정보 라인까지 투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현 정부 들어 첫 국정감사에서 우리은행은 10%의 지분을 가진 케이뱅크 인가 특혜, 인사 비리 의혹 등으로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 행장이) 친박 꼬리표를 뗀 것은 다행이지만 여전히 주변에서 행장 흔들기 시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민영화된) 은행장이 ‘친문’이면 어떻고 ‘친박’이면 어떠냐”는 반문도 나온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