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현실화되면 국내도 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의 저금리 기조를 벗어나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게 되는데 빚 많은 대출자들의 위기감은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변동금리 대출을 받은 차주들은 비상이 걸렸다.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계 소득분위별 이자비용 변동현황’을 분석한 결과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상승할 경우 연간 총 이자 부담은 2조3,000억원 증가했다. 문제는 이 같은 금리 상승기에 변동금리를 채택한 차주들의 위기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 금융권 가계대출 신규 취급액 중 고정금리 비중은 지난 6월 40.4%에서 7월 38.7%, 8월 32.8%로 급락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올 들어 4월(34.7%) 이후 8월(34.5%)까지 잔액 기준 고정금리 비중도 하향 조정되는 추세다. 금융당국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에 따라 지난 몇 년간 고정금리 비중은 높아지는 추세였다가 최근 변동금리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이다.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은 “금리 인상기를 앞둔 상황에서 변동금리 비중이 높다는 점은 큰 문제”라며 “장기·고정금리형 중심의 대출구조로 바뀌려면 장기채 시장이 잘 형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은 단기 은행채 금리(3개월·5개월)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금리 인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신규 코픽스(COFIX) 금리가 0.05%포인트 오르자 시중은행들은 일제히 주담대 금리를 높였다. KB국민은행은 6개월 변동금리형 주담대 금리를 코픽스 상승폭보다 큰 0.07%포인트 인상했고 신한·우리·KEB하나·농협은행은 0.05%포인트 올렸다. 이에 따라 주요 은행의 변동금리형 주담대 금리는 최대 4.3%까지 상승했다. 코픽스가 오르면 신규 대출뿐 아니라 기존 변동금리 주담출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금융권 관계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정금리를 찾기보다는 당장 금리가 비교적으로 낮은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한은 자료에 따르면 고소득 계층도 이자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연평균 소득이 1억1,171만원인 소득 5분위(상위 20%)는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되면 이자 부담은 1조1,000억원 증가한다. 전체 이자 부담 2조3,000억원 가운데 절반가량을 소득 5분위가 부담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가구의 연간 처분가능소득은 2012년 3,476만원에서 지난해 4,022만원으로 546만원(15.7%) 늘었다. 반면 부채 원리금 상환액은 같은 기간 596만원에서 1,071만원으로 475만원(79.7%) 껑충 뛰었다. 30대와 40대는 가구 처분가능소득이 각각 459만원, 462만원 늘어날 때 원리금 상환액은 574만원, 620만원 늘어나 원리금 상환액 증가 폭이 소득 증가 폭을 추월했다. 늘어난 소득을 모두 빚을 갚는 데 써도 모자랐다는 뜻이다. 여기에 금리 인상이 더해지면 연간 가처분소득이 쪼그라들어 내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이 6월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채무상환 능력이 취약한 고위험가구가 2만5000가구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