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부회장은 이날 미국 워싱턴DC에서 글로벌 재계 리더들의 모임인 ‘워싱턴 경제클럽’에 참석해 이 부회장의 공백과 자신의 퇴임 후 계획 등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이 부회장의 구속수감에 대해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그것은 말하자면 비극”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 부회장의 구속과 상관없이 실적에서 보듯 현재로서는 사업이 잘 진행되고 있다”면서 “단기적 측면에서는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권 부회장은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는 더욱 많은 조언이 필요할 수 있다”며 “그런 면에서 (이 부회장의 부재로) 장애를 안고 있다”고 강조했다.
병상의 이건희 회장과 옥중의 이 부회장을 대신해 삼성을 이끌어온 권 부회장은 자신의 후임에 대해 “후임자를 추천할 계획이며 이사회에서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퇴진 결정에 대해서는 “한국 격언에 ‘가장 정상에 있을 때 내려오라’는 말이 있다”고 소개하며 “처음 입사할 때만 해도 삼성은 국내 기업이었지만 ‘넘버원’이 됐다. 내가 운이 좋은 것 같다. 지금이 떠날 때”라고 설명했다. 그는 “차세대 리더십을 위해 물러나는 것”이라며 “새로운 리더십이 미래를 창조해나가는 노력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지난 1969년 설립된 삼성전자가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의 선두 기업으로 도약한 배경에 대해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을 비롯해 최고경영진과 임직원들의 헌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퇴임 이후 계획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을 누가 알겠느냐”면서도 “스타트업 기업과 인사들을 멘토링할 생각이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권 부회장은 “IT 산업은 너무 빨리 변해서 앞으로 10년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남느냐, 그리고 최고의 위상을 어떻게 유지하느냐, 즉 ‘생존’과 ‘유지’가 양대 미션”이라고 강조했다.
삼성 ‘갤럭시’와 애플 ‘아이폰’ 중 어떤 게 더 좋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일장일단이 있는데 하드웨어는 갤럭시가, 서비스는 아이폰이 좀 더 나은 것 같다”면서 “둘 다 좋다. 김치와 스시 중 뭐가 좋으냐고 묻는 것처럼 그건 취향의 문제”라고 받아넘겼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