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디가 남긴 가장 잔혹한 운명극...오페라 ‘리골레토’

베르디의 대표작 <리골레토>는 한국인에게 가장 익숙한 오페라 레퍼토리 중의 하나이다. 빅토르 위고의 희곡 <환락의 왕>을 오페라로 재탄생시킨 이 작품은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저항심으로 가득 찬 주인공, 어릿광대 리골레토에게 닥친 잔혹한 운명과 비극적 최후에 대해 다룬다.

국립오페라단은 베르디가 남긴 가장 비극적인 오페라 <리골레토> 를 지난 1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서 선보였다. 1997년 이후 20년 만에 새로운 프로덕션의 <리골레토>를 선보이는 만큼 고전을 뛰어넘는 현대적 재해석이 돋보이는 무대를 불러냈다.

/사진=국립오페라단



/사진=국립오페라단
베르디의 강렬한 시대고발의 정신을 담고 있는 <리골레토>는 부도덕하고 방탕한 귀족사회를 벌하려다 되려 자신의 딸을 죽이게 되는 광대 리골레토의 절망적인 운명을 다룬 작품이지만 작품 곳곳에 비극적 스토리를 뛰어 넘는 아리아로 가득하다. ‘여자의 마음’, ‘그리운 이름이여’ 등 귀에 익숙한 아리아는 오페라 마니아는 물론 오페라를 처음 접하는 관객 모두 자연스럽게 극 속으로 몰입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이번 국립오페라단 <리골레토>에서는 연륜의 마에스트로 알랭 갱갈과 젊은 연출가 알렉산드로 탈레비가 만나 당대 부조리한 사회를 통렬히 비판했던 베르디의 정신을 새롭게 펼쳐낸다. 이번 작품은 시간과 공간을 가늠할 수 없는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현대 사회를 투영한 시공간적 상황과 캐릭터의 설정은 시공을 초월하여 존재하는 사회적 부조리와 부패, 인간 내면의 잠재적 악함을 꼬집으며 삐뚤어진 쾌락 안에 도사리고 있는 위협에 대해 강렬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다.

무대에는 폭력과 범죄가 난무하는 어둠의 세상, 부패한 사회를 상징하는 나이트클럽이 들어선다. 만토바 공작은 아버지의 클럽을 물려받은 나이트클럽의 오너, 리골레토는 그 클럽에서 쇼를 하는 코미디언이다. 리골레토의 딸 질다는 아버지의 과잉보호에 의해 위험한 세상으로부터 완벽하게 차단된, 격리에 의해 ‘왜곡된 순수’를 상징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새로운 해석의 잔혹한 운명극을 펼칠 성악가들은 소프라노 캐슬린 김과 제시카 누초, 테너 정호윤과 신상근, 바리톤 데비드 체코니와 다비데 다미아니가 낙점되었다. 그 외에 독일 뉘른베르크 극장을 거쳐 바이마르 국립극장 솔리스트로 활약하고 있는 베이스 김대영을 비롯하여 메조소프라노 양계화, 김향은, 바리톤 서동희, 테너 민현기, 베이스 최공석, 한진만 등 실력파 성악가들이 함께 한다. 국립오페라단 <리골레토>는 22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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