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제재에도...부당 이익 돌려주지 않은 대형증권사

미래에셋대우·NH투자證 등 4곳
증권금융 예치자금 일부 이자 꿀꺽
업계 "법으로 규정 안하더라도
고객에 돌려주는게 맞다"지적

미래에셋대우(006800)·NH투자증권(005940) 등 대형 증권사들이 고객 돈으로 부당하게 이익을 취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뒤에도 이를 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증권사는 부당하게 얻은 이득을 돌려주라는 법률 규정이나 금융당국의 지도가 없었다고 항변했지만, 금융투자업계는 상식에서 벗어난 일이라고 지적한다.

20일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실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유안타증권(003470)이 고객 자산으로 부당한 재산상의 이익 212억원을 가져갔다고 제재했지만 증권사들은 지금까지 약 이자소득세 23억원을 제외한 나머지를 고객에게 돌려주지 않았다.


증권사들은 머니마켓랩(MMW)형 현금자산관리계좌(CMA) 상품에 가입한 고객의 돈을 한국증권금융에 예치하고 나온 이자 일부를 증권사 몫으로 가져갔다. 특히 증권사들은 고객에게 이자를 지급한 뒤 그만큼의 수수료를 인상하는 방법으로 고객의 돈을 가져갔다. 132억원을 가져간 미래에셋대우와 45억원을 편취한 유안타는 고객에게 이자소득세를 떠넘겼다가 다시 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 부회장은 19일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고객을 대신해 세금 20억원을 물어줬다”면서도 “증권금융에서 만들어서 금융감독원 승인을 받은 상품으로 일임형에 가입한 고객은 일정 이자까지 받고 운용을 잘해서 그 이상 나오면 (증권사가) 가져갈 수 있는데 (제재 내용이)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해명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불건전 영업에 의한 부당 이익 수취로 과태료와 기관 경고를 내렸지만 부당 이득은 일종의 리베이트 성격이어서 반드시 고객 것이라고 볼 근거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증권사 관계자는 “당시 증권금융이 여러 증권사에 똑같은 상품을 팔았지만 고객 몫의 이자는 대부분 증권사가 고객에게 돌려줬다”며 “반드시 법으로 규정하지 않아도 상식적으로도 고객에게 주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또한 같은 상품에서 발생한 이자소득세는 고객에게 돌려주고 정작 몸통인 이자는 그대로 증권사가 가져간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과거 보험사의 자살보험금 지급 이슈와 관련해 대법원이 소멸시효가 지나 돌려줄 의무가 없다고 판결했지만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해석해 시효와 관계없이 돌려주도록 제재 등 조치를 취했다. 정태옥 의원실 관계자는 “고객 돈으로 증권사가 부당 이득을 취했기 때문에 중징계를 내린 것인데 돌려주라고 하지 않았다고 그대로 증권사가 가져가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며 “금융 소비자 보호법이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세원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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