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날개 잃은 천사’가 주는 메시지는 떳떳한 용기”

서은영 연출가 “내 속의 나를 돌아보는 시간되길 바래”

뮤지컬 ‘날개 잃은 천사’(사진=북촌아트홀)
북촌아트홀 무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뮤지컬 ‘날개 잃은 천사’는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각색한 작품이다. 원작은 1885년 저술된 단편소설로 기독교 신앙을 담고 있는 문학작품이다.

한 여인이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자신을 살려달라며 하나님께 울부짖는 모습으로 시작하는 뮤지컬은 이어 구두장이 시몬이 외상값을 받으러 나왔다가 교회 앞에서 천사 미가엘을 만나는 것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미가엘은 시몬 집에서 구두장이로 살면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는 과정이 뮤지컬의 얼개다.

뮤지컬 ‘날개 잃은 천사’(사진=북촌아트홀)


원작은 진지하고 무거운 내용이지만 뮤지컬은 젊은 배우들의 역동적인 연기와 풍성한 가창력으로 다이내믹하게 꾸며졌다. 원작의 흐름을 한껏 살린 대사로 책 한권을 한 시간만에 시청각으로 읽는 효과를 줬다.

이 작품은 극단 조이피플이 존 버니언의 ‘천로역정’에 이어 두 번째로 내놓은 고전열전 시리즈로 이달 초 개막해 연말까지 공연한다. 조이피플 김창대 대표가 제작과 각색을 맡았고 극단아름다운 세상 서은영 대표가 연출을 했다.

서 대표는 제목을 원작과 달리 ‘날개 잃은 천사’로 바꾼 이유에 대해 “하늘에서 떨어진 미가엘이 극의 중심이고 또한 관객들이 믿음의 날개를 달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공연은 북촌아트홀서 매주 수요일 오후 4시, 목·금요일 8시, 토요일 3시·6시 공연이다. 12세 이상 관람이 가능하다.


뮤지컬 ‘날개 잃은 천사’(사진=북촌아트홀)


다음은 서 대표와 일문일답.

- 배우들의 연기는 물론 성량이 풍부하단 평가와 후기가 많다. 연출가가 보기엔 어떤가?

배우들이 무대를 충분히 잘 활용하고 있다. 음악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 곡을 잘 해석하면서 감정 표현도 충분하다. 뮤지컬이기 때문에 연기는 물론 노래 부분도 오디션의 중요한 요소다. 여인 안선휘, 미가엘 최수호, 시몬 황정웅, 마트료나 김단아, 김가은 등 이번 출연진은 팀워크가 단단해 무대에서 호흡이 잘 맞는다. 특히 관객과 눈을 맞추고 감정 교감을 자연스레 하는 것이 이번 시즌 배우들의 큰 장점이다.



- 첫 장면에 나오는 여인을 천사가 하늘로 데려갔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봤는가?

아이들을 위해 조금 더 살게 해달라고 애원하는 여인, 망설이던 천사, 먼저 하늘로 떠나간 남편. 세상은 여인에게 참으로 각박했을 테고 삶은 팍팍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여인의 삶에 대한 책임은 그 누구에게도 없다. 예수의 제자가 태어날 때부터 앉은뱅이인 장애인을 보고 저 사람이 저렇게 된 것은 누구 잘못인가를 예수께 물었다. 예수께서는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며 그를 통해 하나님이 행할 뜻이 있기 때문이라고 답하셨다. 우리는 하늘의 뜻을 알지 못한다. 다만 이런 모든 과정을 통해 하나님이 행하실 일이 분명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 연출가로서 이번 뮤지컬을 통해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교회 앞에서 미가엘을 구할까 말까 고민하던 시몬의 모습은 현대인의 자화상이다. 시몬의 고민은 우리 모두의 고민인 셈이다. 요즘은 어설프게 남을 도와줬다가는 외려 복잡한 일에 얽히는 경우가 많다보니 사람들이 대부분 ‘외면’을 선택한다. 우리에게는 ‘떳떳한 용기’가 필요하다. 공자도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더라고 화내지 않으면 군자라고 했다. 비록 잠시 오해를 받을지언정 도움의 손길이 필요할 때 외면하지 말고 용기를 낼 필요가 있다. 그러면 시몬처럼 사필귀정의 훈훈한 마무리를 맞을 수 있다. 뮤지컬을 통해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길 바란다.

뮤지컬 ‘날개 잃은 천사’(사진=북촌아트홀)
/서경스타 안신길 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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