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자와 퇴사를 꿈꾸는 직장인들이 퇴사학교에서 관련 수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퇴사학교
서울 은평구에는 독특한 이름의 학교가 있다. ‘퇴사학교’. 요즘 많은 젊은이들이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스펙 쌓기에 올인하는 시대에 회사를 그만두기 위해 학교를 다니다니. 백경아 퇴사학교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대기업 사원부터 외국계 회사원, 금융권 종사자, 공무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입학한다”며 “본인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라고 말했다. 젊은 직원들의 조기 퇴사가 일상화되면서 직장을 ‘잘’ 그만두는 방법, 퇴사 이후 살아가는 방법 등을 가르쳐주는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퇴사시장’이 빠르게 구축되는 있는 것이다.
퇴사를 고민하거나 퇴사 후 삶을 계획해주는 퇴사학교에는 월평균 250~300명의 직장인이 방문하고 있다. 지난해 문을 연 퇴사학교는 지난달 말까지 5,000여명이 다녀갔다. 주로 30대 초중반의 직장인이다. 퇴사학교는 퇴사하고 싶은 이유를 진단해주고 어떤 성향을 가진 사람인지를 찾는 자아 탐색 과정, 월급 외 10만원 벌기, 창업 지원 과정 등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프로그램도 하루짜리부터 한달 코스까지 다양하다. 백 COO는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은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충분한 시간을 갖고 탐색하는 과정이 없다”면서 “주체적으로 인생의 방향성과 삶의 목적, 커리어 패스(경로)를 찾기 위한 ‘자아 탐색’ 수업이 인기가 많다”고 귀띔했다.
퇴사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잡지와 서적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전자책 발행을 앞둔 ‘월간퇴사’의 곽승희 편집장은 “주변을 보면 퇴사를 하는 친구들이 많지만 또 퇴사 후 빨리 다른 직장을 구하거나 공부하는 등 압박도 많이 받는 것을 볼 수 있다”면서 “퇴사 이후 좀 더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성찰해 기록으로 남기고 이를 공유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곽 편집장 자신도 지난 4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잡지 발행을 맡고 있다.
서점가에서는 지난해 5월 ‘나는 5년마다 퇴사를 결심한다’를 시작으로 이후 ‘퇴사의 추억’ ‘퇴사학교’ ‘퇴사하겠습니다’ ‘직장인 퇴사 공부법’ ‘퇴사준비생의 도쿄’ ‘아빠, 퇴사하고 육아해요’ 등이 출간돼 인기를 끌고 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 3·4분기에 퇴사 관련 책의 판매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두 배가량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부모 세대와 달리 자녀 세대에서 퇴사·이직이 자유로워지면서 퇴사 관련 각종 콘텐츠들이 유통되고 있다”면서 “관련 시장이 얼마나 정착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
퇴사자와 퇴사를 꿈꾸는 직장인들이 퇴사학교에서 관련 수업을 듣고 있다./사진제공=퇴사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