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자 개인 입장에서 다니던 회사를 나오는 큰 결심은 일종의 도전이다. 반면 회사 입장에서 보면 퇴사자가 많을수록 막대한 손실이 발생한다. 당장 추가 채용 전까지 업무 공백이 불가피하다. 대기업일수록 부서별 인원 관리는 업무에 맞춰 타이트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채용 및 인사 기간 전까지는 해당 부서원들이 퇴사자가 했던 업무를 분담할 수밖에 없다. 금전적으로 따져도 손실이 만만찮다. 상·하반기 채용을 치르는 데는 기업당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의 비용이 든다. 복리후생비와 자기계발비 등 급여 중에서도 직원의 역량 강화를 위해 투자하는 성격의 것들도 있다.
대기업 인사 담당자들에 따르면 통상 대졸 공채로 입사한 신입직원이 6년 이상은 근무해야 회사 입장에서는 채용 및 적응 과정에서 투자한 비용을 회수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신입사원 3~4명 중 한 명은 입사 후 1년 내 회사를 떠나는 게 현실이다.
이제 기업들은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회사를 떠나려는 젊은 인재들을 잡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업무 스트레스나 조직 내에서 갈등을 겪더라도 월급통장을 보면서 참던 과거 세대와 달리 최근에는 개인의 삶의 질이나 맡은 업무의 적합도 등 돈 이외의 요소들이 퇴사 결정에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개인주의 성향을 가진 젊은 인재들은 조직 내 부당함을 참아 넘기지 않고 할 말은 해야 한다. 또 자신의 적성과 맞지 않는 업무가 주어지면 자존감에 상처를 입는다.
|
|
조직이 클수록 직원 개개인의 직무는 세분화된다. 이 때문에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직원의 경우 ‘나는 나사 같은 한낱 부품에 불과하구나’라며 혼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부분을 해결하는 것도 퇴사를 막기 위한 인사팀의 역할이다. 포스코의 경우 입사 후 1년간은 신입사원들에게 업무를 맡기지 않고 직무훈련을 실시한다. 훈련은 철저히 현장 경험 중심으로 신입사원들이 각 분야를 모두 경험하면서 회사의 전체 구조를 익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차원이다.
복리후생을 강화하는 것도 퇴사 방지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포인트는 금전 외적인 측면에서 직원들이 회사로부터 대우를 받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게 하는 것. 신한은행은 올해 들어 희망 직원의 자택으로 ‘취미 박스’를 배달하는 이벤트를 시작했다. 취미 박스에는 초콜릿 만들기나 가죽지갑 공예 등 간단히 즐길 거리가 담겨 있다. 평소 취미활동을 할 여유가 없는 직원들에게 회사가 직접 취미를 만들어주는 셈이다. 참가 직원들의 반응이 뜨거워 최근에는 대상 인원을 두 배로 늘렸다.
기업 입장에서는 성과가 우수한 인재가 이탈하면 손실이 더 크다. 따라서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인사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인재들을 특별 관리한다. 당연히 어학과 회계 등 외부 학습에 대한 지원도 뒷받침된다. 동부화재의 경우 이에 더해 핵심 인재 풀에 소속된 직원이 퇴사를 하게 되면 인사 담당 부서가 페널티를 받기도 한다.
다만 퇴사와 관련해 모든 기업들이 금기시하는 부분이 있다. 아무리 우수한 인재라도 퇴사 의사를 밝혔다고 해서 금전적 보상을 늘려주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한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인력 관리 측면에서 성과가 미흡한 인력이나 나이가 많은 인력의 전환배치보다 젊은 인재들의 퇴사를 막는 게 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하지만 퇴사를 돈으로 막는 것은 악용될 소지가 너무 커 아무리 잡고 싶은 인재라도 배려하기는 힘들다”고 전했다.
/조민규·한재영·구경우기자 cmk2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