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
얼마 전 학교에서 식사하다가 후배 교수 한 명이 이렇게 물었다. “학생 두 명이 있습니다. 한 명은 학기 초부터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입니다. 중간고사에서 100점 만점에 98점을 받더니 기말고사에서 80점을 기록합니다. 다른 학생은 중간고사 70점, 기말고사 88점을 받습니다. 어느 학생이 뛰어난 걸까요. 첫 학생은 평균 89점, 둘째 학생은 평균 79점이죠. 평균으로 계산한다면 당연히 첫째 학생이 뛰어난 것이지만 증가율로만 보면 하나는 -18, 다른 하나는 +18입니다. 어느 학생에게 더 좋은 학점을 줄지 저는 이게 늘 고민입니다.” 나는 처음 이 질문을 받고 조금 의아했다. 왜. 나는 이런 고민을 사실 별로 해보지 않았다. 학점이란 학생의 성과에 대한 공정한 평가물이라고 당연히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별 특별한 고민 없이 평균점수가 높은 학생에게 더 높은 학점을 줬다. 질문을 받으면 새롭게 생각해볼 자극을 받게 돼 좋다. 그런데 아무리 곱씹어 생각해봐도 그냥 최종 성과에 따라 학점을 주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그러나 증가율이 높은 학생의 성장잠재력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첫째, 교육의 기회를 잡아라. 학교에서 아무리 잘 배웠다 하더라도 사회에 나와서 적응하고 배워야 할 일은 무궁무진으로 많다. 훈련을 아무리 잘 받아도 역시 현장업무를 수행해나가면서 배우는 일이 많다. 그러나 현장에만 몰두하다 보면 기력도 지력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럴 때 재충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아니면 그저 조직 속에서 소모품으로 전락하고 만다. 한 때는 에너지가 넘치던 젊은 직원이 서서히 지쳐가는 모습을 우리는 주변에서 얼마든지 목격한다. 배터리가 완전 방전된 거다. 성장잠재력을 다시 키우기 위해서 교육이 꼭 필요하다.
둘째, 더 큰 일을 맡아라. 사람이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큰일을 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더 큰 일을 맡을 수 있을까. 우선 남들이 다 싫어하는 일을 맡아라. 남들도 다 하고 싶어 하는 일을 맡고 싶은 심정은 당연하다. 경쟁을 뚫고 그런 일을 맡게 된다 하더라도 잘해야 본전이다. 잘해도 시기 질투의 대상이 될 뿐이다. 잘못하면 전임자랑 비교되기만 할 뿐이다. 반면 남들이 다 가기 싫어하는 지점이나 부서에 가면 밑져야 본전이다. 잘못해도 그러려니 한다. 잘하면 대박이다. 그러다가 점점 더 큰 일을 맡으려는 의욕을 계속 보여야 한다. 자신의 스펙만을 조심스럽게 관리하는 사람은 분명한 성장한계를 보인다.
셋째, 성과보다는 노력을 칭찬하라. 칭찬을 받는 것은 대단히 즐거운 일이다. 동기부여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런데 칭찬을 받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 때문에 칭찬을 받는가이다. 자신이 이뤄낸 성과를 칭찬받는 것은 당연하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성과가 자신의 재능 탓인지 아니면 노력 탓인지 분석할 필요가 있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이 맞는가. 운삼기칠(運三技七)이 맞는가. 둘 다 맞다. 자신의 성과를 남에게 말할 때는 운칠기삼이 맞는 거고 남의 성과를 평가할 때는 운삼기칠이 맞는 거다.
운기 논쟁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중에서 재능과 노력의 비중 분석이다.
성공 방정식은 다음과 같다. 성공=운+기(재능+노력). 그러면 재능과 노력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 재칠노삼인가. 재삼노칠인가. 정답은 재삼노칠이다. 자신의 재능만 믿고 노력을 게을리하는 사람보다 재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더 크게 성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