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올림픽 6연패 무산]中 13억원 VS 韓 5,000만원...훈련 지원부터 뒤져

中, 국가 차원 치밀한 준비
6월 국제경기대회 열기도
"손기술 좋다" 구닥다리 인식
첨단시대 변화대응도 못해

국제기능올림픽 모바일로보틱스 직종에 참가한 한국 선수들이 로봇을 이용한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사진제공=고용부
19일(현지시간) 제44회 국제기능올림픽 시상식이 열린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두아레나 경기장. 무대에서는 밴드가 연주를 이어가며 분위기를 띄웠고 객석에서는 각국의 응원단 수천명이 자국 선수를 격려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유독 한국응원단은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행사 도중 태극기와 응원도구를 지급받고 한동안 흥을 돋우기도 했지만 이전 대회와는 달리 축제 분위기는 자아내지는 못했다.
우리나라는 당초 13개 이상의 금메달과 대회 6연패를 목표로 이번 대회에 나섰다. 하지만 중국 돌풍에 밀려 대기록 달성에는 실패했다. 지난 2007년 일본 시즈오카 대회부터 시작된 종합우승 행진은 브라질 상파울루 대회를 끝으로 UAE 아부다비 대회에서 멈췄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이 거머쥔 금메달 수는 8개. 열악한 환경에서 선수단이 각고의 노력 끝에 획득한 성과지만 중국 15개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참가선수 총점수와 우수선수 비율 등의 지표를 점수화하는 방식에 따라 한국은 2위를 차지하기는 했지만 금메달 수만 놓고 보면 스위스(11개)에도 뒤졌다.


한국은 1967년 스페인 마드리드 대회부터 2015년 브라질 상파울루 대회까지 국제기능올림픽에 총 28회 참가해 19회 우승을 차지했다. 절대 강국인 한국을 2011년 영국 런던 대회부터 이번 대회까지 모두 4회밖에 출전하지 않은 ‘신출내기’ 중국이 단숨에 무너뜨린 요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국가 차원의 집중투자와 밀착지원, 치밀한 준비전략’이라고 입을 모은다. 전화익 글로벌숙련기술진흥원장은 “중국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컴퓨터수치제어(CNC) 선반 및 자동차 정비 2개 직종에 시설·장비투자로만 무려 13억원을 지원했다”며 “한국은 1개 직종당 시설·재료비 등을 포함해 연간 훈련비가 5,000만원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심지어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올 6월 33개국을 초청해 국제경기대회를 열기도 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전 원장은 “통역만 봐도 양국의 지원 수준을 단번에 알 수 있다”며 “우리는 자원봉사자인 반면 중국은 정부가 차출한 직업고교 영어 교사”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한국의 쇠락은 이미 예견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 국민은 젓가락을 쓰는 민족이어서 손기술은 좋다’는 구닥다리 인식으로 최첨단기술이 끊임없이 도입되는 환경에 적응하기는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이다. 한 대회 관계자는 “중국은 2011년 용접 등 6개 직종, 2013년 미용 등 22개 직종에만 출전했지만 그때부터 이미 해당 직종에서 두각을 나타냈다”며 “중국의 우승은 어쩌면 예고된 것이었다”고 전했다. /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