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능올림픽 모바일로보틱스 직종에 참가한 한국 선수들이 로봇을 이용한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사진제공=고용부
19일(현지시간) 제44회 국제기능올림픽 시상식이 열린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두아레나 경기장. 무대에서는 밴드가 연주를 이어가며 분위기를 띄웠고 객석에서는 각국의 응원단 수천명이 자국 선수를 격려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유독 한국응원단은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행사 도중 태극기와 응원도구를 지급받고 한동안 흥을 돋우기도 했지만 이전 대회와는 달리 축제 분위기는 자아내지는 못했다.한국은 1967년 스페인 마드리드 대회부터 2015년 브라질 상파울루 대회까지 국제기능올림픽에 총 28회 참가해 19회 우승을 차지했다. 절대 강국인 한국을 2011년 영국 런던 대회부터 이번 대회까지 모두 4회밖에 출전하지 않은 ‘신출내기’ 중국이 단숨에 무너뜨린 요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국가 차원의 집중투자와 밀착지원, 치밀한 준비전략’이라고 입을 모은다. 전화익 글로벌숙련기술진흥원장은 “중국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컴퓨터수치제어(CNC) 선반 및 자동차 정비 2개 직종에 시설·장비투자로만 무려 13억원을 지원했다”며 “한국은 1개 직종당 시설·재료비 등을 포함해 연간 훈련비가 5,000만원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심지어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올 6월 33개국을 초청해 국제경기대회를 열기도 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전 원장은 “통역만 봐도 양국의 지원 수준을 단번에 알 수 있다”며 “우리는 자원봉사자인 반면 중국은 정부가 차출한 직업고교 영어 교사”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한국의 쇠락은 이미 예견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 국민은 젓가락을 쓰는 민족이어서 손기술은 좋다’는 구닥다리 인식으로 최첨단기술이 끊임없이 도입되는 환경에 적응하기는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이다. 한 대회 관계자는 “중국은 2011년 용접 등 6개 직종, 2013년 미용 등 22개 직종에만 출전했지만 그때부터 이미 해당 직종에서 두각을 나타냈다”며 “중국의 우승은 어쩌면 예고된 것이었다”고 전했다. /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