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은 하루 중 아무 때나 측정한 혈당이 200㎎/㎗ 이상, 8시간 공복혈당 126㎎/㎗ 이상, 포도당 75g 용액을 마시고 2시간 뒤 측정(경구 당부하검사)한 혈당 200㎎/㎗ 이상, 적혈구내 당화혈색소 6.5% 이상 중 하나에 해당하면 진단할 수 있다.
건강보험공단의 2015년 건강검진 통계연보에 따르면 일반 건강검진을 받는 사람의 비율은 76%(1,400만명) 정도다. 이들 중 48만명이 2차 검진을 받았는데 18만명이 당뇨병 검사였고 9만명 정도가 당뇨병 판정을 받았다. 2014년보다 3%가량 증가했다. 당뇨병 판정비율은 40대에서 가장 높았다.
이처럼 2년마다 건강검진만 받아도 당뇨병에 걸렸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지름길을 애써 무시하고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다 때늦은 후회를 하는 분들이 많다. 이상이 있다는 통보를 받고도 이를 무시해 조기진단 기회를 놓치는 분도 적지 않다.
건강검진을 빼먹는 이유에 대한 의문에 답을 준 것은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리처드 세일러 교수의 ‘행동경제학’ 이론이다. 우리는 건강검진을 받아 당뇨병을 비롯한 각종 질병을 일찍 발견해 건강관리를 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는 한다. 하지만 검사할 날이 다가오면 금식을 하고 정해진 날에 병원에 가야 하는 귀찮음이 건강검진으로 얻을 수 있는 건강관리 이익보다 커지면서 검진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건강관리 이익이 귀찮은 마음을 이기지 못해 검진을 포기하는 나약함이 원인인 것이다. ‘새해에는 금연을 하고 살을 빼겠다’는 결심이 번번이 실패하는 것과 비슷하다.
당뇨병이 생기면 물을 많이 마시고 소변을 많이 보고 음식을 많이 먹는 전형적 증상이 나타난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당뇨병으로 진단되는 사람들 대부분은 초기 증상이 없기 때문에 자신이 당뇨병에 걸려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지낸다. 이런 이유로 평균 7년 정도 지나서야 당뇨병 진단을 받는다. 그때는 절반 이상이 눈·신경·콩팥에 이미 당뇨병 합병증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3분의1 정도는 진단도 받지 않은 상태로 살고 있다.
당뇨병 예방과 조기진단이 왜 중요할까. 당뇨병을 가진 우리나라 사람들의 95%는 제2형 당뇨병이다. 아이들에게서 많이 생기는 제1형 당뇨병과 달리 생활습관과 유전성에 따라 발생률 차이가 매우 크다. 따라서 나쁜 생활습관을 없애고 위험인자를 관리하는 것이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40세 이상이면 모두 당뇨병 선별검사를 해마다 받을 필요가 있다. 당뇨병 위험성이 높은 사람은 30세부터 해마다 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 대상은 제2형 당뇨병을 가진 부모나 형제자매가 있는 경우, 비만인 사람, 과거에 당뇨병 전 단계인 공복혈당장애(8시간 공복혈당 100~125㎎/㎗)나 내당능장애(경구 당부하검사 혈당 140~199㎎/㎗)가 있는 경우, 임신성 당뇨병이 있었거나 4㎏ 이상의 거대아를 분만한 여성, 고혈압이 있거나 고혈압약을 먹고 있는 사람, 이상지질혈증이 있는 경우, 뇌졸중이나 관상동맥 질환을 가진 사람 등이다.
당뇨병이 오는 길을 미리 확인하고 막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다는 것을 항상 머릿속에 넣어두고 확인하면서 살자.
박태선 전북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대한당뇨병학회 기획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