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기업 줄도산 뻔한데…존폐 기로에 놓인 기촉법

"관치금융 수단으로 악용 우려"
'금융통' 의원 중심 폐지 움직임
"내년 이후 법정관리 기업 늘라"
금융당국은 연장 불가에 우려

기업 구조조정의 컨트롤타워인 금융당국이 내년 6월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일몰을 앞두고 긴장하고 있다. 기촉법은 구조조정의 한 수단인 워크아웃의 근거법인데 국회 정무위원회를 중심으로 폐지 움직임이 일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내년 이후 한계기업들이 법정관리로 직행해 대규모 파산 사태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금융당국과 정치권 등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는 올해 국정감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법안소위를 열어 기촉법 개정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기촉법은 지난 2001년 한시법으로 제정된 뒤 일몰이 될 때마다 개정 및 연장을 거쳐 현재 5기 기촉법이 운용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기회에 기촉법을 상시화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법안 개정권을 가진 국회 정무위 내에서는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 등 일부 ‘금융통’ 의원들을 중심으로 연장 불가 기류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정무위 내에서 야권은 물론 여권에서조차 기촉법 연장 반대 목소리가 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은 기촉법이 워크아웃을 관치금융의 수단으로 악용한다고 보고 있다. 법원 중심의 도산법만으로도 충분히 기업 구조조정이 가능하고 세계적으로도 기촉법 같은 법적 체계를 둔 나라가 없는데 한국만 워크아웃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2013년 경남기업 사태 때도 금융당국의 입김 때문에 워크아웃 과정에서 무상감자 없는 출자전환이 이뤄지는 등 문제가 발생했다”며 “기촉법이 폐지되면 당국이 구조조정에 무리하게 개입하는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정관리는 법원이 선임한 관리인이 구조조정을 주도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금융당국이 기업 정리 절차에 개입할 개연성이 작다.

반면 금융당국은 기촉법이 사라질 경우 문을 닫는 한계기업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한다. 법정관리의 특성상 기업을 회생시키는 것보다 청산 이후 채권 정리로 바로 돌입하는 사례가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6~2007년 기촉법 연장이 불발돼 워크아웃 공백이 있었을 때 중견 휴대폰 제조업체인 VK모바일이 워크아웃 대신 법정관리로 들어갔다가 끝내 회생하지 못하고 결국 파산하기도 했다.

또 다른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현재 국내 회계·신용평가 등 시스템은 한계기업의 부실 징후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어 법원 중심의 구조조정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금호타이어·성동조선해양 등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워크아웃제도가 사라질 경우 파장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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