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금융당국과 정치권 등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는 올해 국정감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법안소위를 열어 기촉법 개정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기촉법은 지난 2001년 한시법으로 제정된 뒤 일몰이 될 때마다 개정 및 연장을 거쳐 현재 5기 기촉법이 운용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기회에 기촉법을 상시화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법안 개정권을 가진 국회 정무위 내에서는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 등 일부 ‘금융통’ 의원들을 중심으로 연장 불가 기류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정무위 내에서 야권은 물론 여권에서조차 기촉법 연장 반대 목소리가 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은 기촉법이 워크아웃을 관치금융의 수단으로 악용한다고 보고 있다. 법원 중심의 도산법만으로도 충분히 기업 구조조정이 가능하고 세계적으로도 기촉법 같은 법적 체계를 둔 나라가 없는데 한국만 워크아웃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2013년 경남기업 사태 때도 금융당국의 입김 때문에 워크아웃 과정에서 무상감자 없는 출자전환이 이뤄지는 등 문제가 발생했다”며 “기촉법이 폐지되면 당국이 구조조정에 무리하게 개입하는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정관리는 법원이 선임한 관리인이 구조조정을 주도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금융당국이 기업 정리 절차에 개입할 개연성이 작다.
반면 금융당국은 기촉법이 사라질 경우 문을 닫는 한계기업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한다. 법정관리의 특성상 기업을 회생시키는 것보다 청산 이후 채권 정리로 바로 돌입하는 사례가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6~2007년 기촉법 연장이 불발돼 워크아웃 공백이 있었을 때 중견 휴대폰 제조업체인 VK모바일이 워크아웃 대신 법정관리로 들어갔다가 끝내 회생하지 못하고 결국 파산하기도 했다.
또 다른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현재 국내 회계·신용평가 등 시스템은 한계기업의 부실 징후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어 법원 중심의 구조조정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금호타이어·성동조선해양 등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워크아웃제도가 사라질 경우 파장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