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작품은 동베를린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독일 사보이 호텔에서 납치된 윤이상이 서울 서대문 형무소 수감 생활 중에도 끝까지 펜을 놓지 않고 ‘나비의 미망인’을 작곡한 600일을 무대화했다.
윤이상은 1967년 10월부터 1968년 2월까지 5개월 동안 서대문형무소에서 ‘나비의 미망인’을 작곡했다. 장자의 ‘제물편’에 등장하는 호접지몽(胡蝶之夢) 고사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으로, 삶과 죽음을 넘는 무위(無爲)의 태도, 또는 인간의 행동에 족쇄가 되는 조건이나 함정들로부터 해방을 노래한 작품이다. 그는 1967년 6월 이른바 동백림(동베를린)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독일 사보이 호텔에서 서울로 납치돼 차가운 형무소에 앉게 된 자신의 상황을 한 마리 나비에 빗대어 표현했다. 훗날 윤이상은 당시의 상황을 “나는 옥중에 있었지만, 마음까지는 갇혀 있지는 않았다.(…) 실제로 나는 하늘을 날고 내가 바라는 어디에서도 존재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오페라 ‘나비의 꿈’은 윤이상과 함께 동베를린 간첩단 사건에 연루 돼 투옥됐던 화가 이응노, 시인 천상병과의 만남을 픽션으로 구성해 동시대를 살았던 거장들의 삶은 물론 부인 이수자와의 사랑 이야기도 들여다볼 수 있게 꾸몄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사진제공=구로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