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와 한국GM의 협력업체들이 즐비했던 오식도동. 인근 폐공장 마당에는 부서진 합판과 각목이 널브러져 있다. 공장에서 나온 50대 남성은 “(공장을) 싸게 샀다”며 “널린 게 공장”이라고 말했다. 이 폐공장은 한국GM의 1차 협력사에 납품하던 2차 협력사 D사로 올 3월 45억원에 경매에 나왔지만 몇 번의 유찰 끝에 10억원대에 매각됐다. 그는 “24시간 돌아가던 GM 공장의 물량이 확 줄면서 1차 협력사도 넘어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 7월 군산 경제의 25%를 차지하던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문을 닫았다. 찾아간 군산 자유무역지대는 녹슨 폐공장이 널린 유령공업지대로 변해 지역 경기는 꽁꽁 얼어붙었다.
오식도동에서는 버려진 공장을 찾는 게 쉬웠다. D사를 지나 사거리를 돌자 ‘상가매매임대’라는 플래카드와 함께 문에 자물쇠를 채운 폐업한 화학 공장이 눈에 들어왔다. 공장에는 1m 높이의 가스통, 녹색 액체가 가득 담긴 높이 1m, 가로 2m 크기의 흰 플라스틱 저장고가 방치돼 있었다. 빈 사무실 책상에는 ‘단가인상 조정 관련 협조요청’이라는 제목의 구겨진 문서들이 나뒹굴었다. “경영이 어려우니 박스당 9만원선인 단가를 12만원으로 올려달라”는 읍소였다. 1996년 설립돼 대형 조선사들에 납품하던 이 업체는 이 읍소를 끝으로 올 6월 설립 21년 만에 야반도주하듯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장 문에는 올해 3~6월 상수도 요금 233만원을 내라는 군산시청의 독촉장이 꽂혀 있었다. 군산시청 관계자는 “정책자금 지원은 8억원이 상한인데 대부분 업체들이 그 이상의 대출을 받은 상태라 버텨낼 재간이 없다”고 말했다.
군산 현대중공업이 문을 닫으면서 지난해 86개였던 협력업체는 현재 20여개로 줄었다.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이 진행되던 올 3월 전북 지역 실업자는 평소의 3배인 3만5,000명까지 치솟았다. 사람들이 떠나면서 50만 기업도시를 꿈꾸던 인구는 절반인 27만명도 위태롭다.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은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매듭을 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군산=구경우·조민규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