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치료 그만 받겠습니다…" 웰다잉법 23일부터 시범 시행

의사능력 있는 환자 직접 신청
의식 없을땐 가족 합의로 결정

4년 전 폐암 말기 진단을 받은 김영준(가명·75)씨는 담당 의사로부터 희망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연명치료를 통해 삶을 이어오고 있다. 투병생활이 길어지면서 경제적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졌고 간병을 위해 수시로 병원을 오가는 가족들도 심신이 지친 지 오래다. 김씨는 더는 무의미한 치료를 받기 싫다며 의료진에게 치료 중단을 요구했지만 의사로부터 현행법상 치료를 중단하는 것은 불법이어서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진다. 임종을 앞둔 환자나 그 가족이 연명치료 중단을 선택할 수 있는 연명의료결정법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연명치료 중단 시범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연명의료결정법의 내년 2월 시행에 앞서 23일부터 내년 1월15일까지 시범사업을 시행한다고 22일 밝혔다. 연명치료에는 의학적으로 가망이 없는 환자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진행하는 항암제, 인공호흡기,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등이 포함된다.

환자의 의사 능력이 있는 경우에는 연명치료계획서를 제출하거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뒤 의사 1인의 확인서를 받으면 된다. 환자의 의식이 없다면 가족 2인이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환자의 의사를 진술하거나 환자 가족 전원이 합의함으로써 환자의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할 수 있다.

연명의료계획서는 임종을 앞둔 환자가 직접 작성하는 것으로 시범사업 기관은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세브란스병원, 고려대 구로병원, 영남대의료원, 울산대병원,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강원대병원, 제주대병원, 충남대병원이 선정됐다. 시범사업 기간에 환자가 서류로 본인의 의사를 밝히거나 환자 가족 2인이 환자의 뜻을 진술하면 연명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다. 하지만 사전에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의사를 표시하지 않고 현재 의사 능력이 없는 환자는 시범사업에서 제외된다.

박미라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장은 “시범사업 기간에 작성된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는 법적으로 유효한 서류로 인정된다”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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