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이 22일 대국민 입장표명 자료를 통해 제시한 에너지정책 추진전략은 크게 두 가지다. 원전 해체시장 선점, 천연가스 및 대체에너지 도입 확대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노후 원전이 늘고 있고 독일 등 주요국을 중심으로 탈원전은 거스를 수 없는 국제적 추세가 되고 있다”며 “원전의 성공적 건설과 운영을 통해 쌓은 노하우를 토대로 노후 원전 해체시장에 진출한다면 원전 건설 못지않은 경제의 신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러시아로 연결되는 파이프를 건설해 값싼 천연가스를 수입하고 동북아시아를 슈퍼그리드(통합전력망)로 연결해 몽골의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을 도입한다면 탈원전에 따른 전기료 인상 충격을 상쇄하고 관련 신규 투자 창출, 신기술 확보 효과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탈원전 등 에너지 전환 정책을 구체화한 밑그림은 오는 11월 8차 전력수급계획에 담긴다.
그러나 이 같은 구상이 탈원전 정책의 충격을 완전히 상쇄하기에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게 경제계의 우려다. ‘탈원전국’이라는 낙인이 찍히면 신흥국을 중심으로 잇따르고 있는 신규 원전 건설 및 관리운용 사업 수주경쟁에서 우리 기업들이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수출길이 좁아지는 가운데 국내 신규 건설마저 끊긴다면 국내 원전 산업계의 신규 투자와 기술개발, 인력 확충도 감소해 해당 산업 인프라가 급격히 붕괴될 수 있다.
따라서 정부가 탈원전을 추진하더라도 최소한 해외로의 원전 수출길은 열어줘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아쉽게도 이날 문 대통령의 입장발표문에는 이 같은 수출지원 방침이나 국내 산업 인프라 붕괴 방지 방안 등의 대안은 빠져 있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부도 산업통상자원부 등을 중심으로 원전 산업의 기반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입장발표를 통해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 보완대책 마련도 약속했다. 신고리 원전 안전기준과 단층 및 지진 연구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원전 비리를 척결하고 원전 관리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약속도 곁들였다. 해당 안건은 24일 국무회의에 안건으로 상정된다.
문 대통령은 “갈수록 빈발하는 대형 갈등과제를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해결하는 지혜가 절실하다”며 이번 공론화위식 갈등조정 모델을 앞으로 다른 국정 현안에도 적용할 것임을 시사했다. 적용 대상은 국가가 갈등의 당사자로 돼 있는 현안들 중 공론화 과정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로 제한하는 방향으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게 청와대 핵심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만 정부의 또 다른 고위관계자는 “정부와 국회가 국민의 여론을 잘 살펴 조율하는 대의민주주의를 제대로 작동시키지 못하고 갈등 해소의 무거운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방식으로 오용될 우려도 있어 과도한 활용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과도한 국민 여론조사식 정책 결정은 포퓰리즘을 양산할 위험이 있는 점도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