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경 수사권 조정, 국민 눈높이에서 접근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검경 수사권 조정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 “국민 인권을 위해 꼭 해야 할 일”이라며 “두 기관의 자율적인 합의를 도모하는 한편 필요할 경우 중립적인 기구를 통해 결론을 내겠다”고 강조했다. 검찰과 경찰의 의견 조율이 마땅치 않을 경우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같은 조직을 다시 만들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경찰이 수사권을 가질 경우 과도한 권력을 지닐 수 있다는 우려를 인식해 지방자치단체에 경찰권을 부여하는 자치경찰제의 전면 도입도 약속했다. 이번만큼은 반드시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를 매듭짓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검경 수사권 조정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검찰이다. 홍만표·진경준 등 전·현직 검사들의 잇단 비리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나타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행보는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땅에 떨어뜨렸고 정권 입맛에 맞춘 코드 수사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검찰 개혁의 핵심으로 떠오른 이유다. 그렇다고 경찰이 수사권을 제대로 행사할지도 의문이다. ‘어금니 아빠’ 사건에서는 부실 수사의 전형을 보여줬고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는 스스로 권력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잘 보여줬다. 경찰이 관련된 비리 사건도 부지기수다. 국민들이 수사권을 둘러싼 갈등을 양 기관의 밥그릇 싸움으로 바라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검경 모두 비위와 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면 수사권이 누구에게 가든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을 수는 없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이 단지 관련 기관의 의견 수렴에만 그쳐서는 안 되는 이유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공정하고 철저하게 사건을 처리하기를 바라는 국민의 기대를 수렴하는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야말로 수사권 조정의 최우선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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