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영화배우 톰 크루즈가 핵전쟁의 위협에 대비해 자택에 만든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그는 미국 LA 베벌리힐스의 대 저택 지하에 수백만달러를 들여 벙커를 만들었는데 운동장과 세탁실·침실까지 두루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슈퍼리치 가운데 핵무기 공격에도 끄떡없고 수영장이나 의료시설까지 갖춘 지하벙커를 만들어 가족들과 함께 버티는 생존시설을 갖춘 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최근 북한의 핵 위협이 거세지면서 미국에서는 지하벙커 사업자들이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개인용 미니 벙커부터 호텔형까지 종류도 다양하거니와 가격도 4만달러에서 최고 수백만달러를 호가하고 있다. 외부 태양광 패널을 통해 전력을 확보하고 온실과 볼링장을 갖춰 기본 6개월에서 1년간 생활이 가능하다. 외신들은 근래 들어 일본 부유층들의 지하벙커 주문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하지만 오래된 지하벙커는 관리하기 힘들어 돈만 많이 들고 쓸모가 없어진 ‘화이트 엘리펀트’로 전락하게 마련이다. 해외에서는 정부가 구매자를 찾아 나서거나 농부들의 곡물 저장창고로 재활용되는 사례도 많다. 서울시가 1970년대 만들어졌다는 여의도 지하벙커를 전시공간으로 재단장해 40년 만에 시민들에게 개방했다. 우리도 하루빨리 핵 위협에서 벗어나 더 이상 지하벙커가 필요없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정상범 논설위원 ssa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