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포터’의 작가 조앤 K 롤링은 영국의 사회안전망을 발판삼아 가난을 딛고 성공신화를 써냈지만, 2017년 현재 우리나라 문화·예술 종사자들의 생계는 막막하기만 하다.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는커녕 김 씨 사례처럼 4대 보험과 같은 사회 안전망으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2014년 시행한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건강보험(95.2%)을 제외한 나머지 4대 보험의 가입률은 턱없이 저조하다. 국민연금은 56.8%의 예술인만 가입했고 산재보험과 고용보험 가입률은 각각 26.0%, 25.1%에 불과하다. 현재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직장이 따로 없는 프리랜서 예술인에게 국민연금과 산재보험의 월 보험료 50%를 지원하고 있지만 관련 분야 종사자들의 가입률을 획기적으로 끌어 올리기에는 역부족이다.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본부장(변호사)은 “법의 테두리 안에 들어가는 순간 혜택을 보기 이전에 부담부터 떠안게 되는 것”이라며 “예술인들에게 4대 보험은 제도가 현실을 못 따라가는 명목상의 장치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고용보험의 경우 예술인의 진입 자체가 봉쇄된 상황이다. 현행법상 한국은 소속된 직장이 있는 경우에만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고 있는 ‘예술인 고용보험’ 제도는 문화·예술계 안팎의 기대를 불러 모으기에 충분하다. 이는 직장에 소속되지 않은 프리랜서 예술인도 고용보험 가입을 통해 일자리가 사라졌을 때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으로 프랑스의 ‘엥테르미탕 (Intermittent)’을 벤치마킹한 제도다. 정부가 추진 중인 예술인 고용보험 제도가 도입되면 직장 유무나 관련 분야에 상관없이 본인이 원하기만 하면 모든 예술인은 ‘임의 가입’ 방식으로 고용보험을 들 수 있게 된다.
문체부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국민연금·산재보험의 보험료를 50% 지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고용보험료의 절반을 정부가 지원해 가입률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한 고용보험법과 예술인복지법 개정안이 지난해 의원 발의로 이미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정부 지원이 현실화할 경우 고용보험에 가입하는 예술인은 ‘기준 보수’에 따라 월 1만5,400~2만6,900원의 보험료를 납부하게 된다. 보험료를 납입하다가 실직하면 기준 보수의 절반인 월 77만~134만5,000원의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실업급여를 받는 기간은 고용보험 가입 기간에 따라 90~180일이다.
전문가들은 문화·예술 분야에 기초적인 사회 안전망을 튼튼히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예술인 복지의 첫걸음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박영정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예술기반정책연구실장은 “일반인이 누리는 사회보장 제도의 혜택이 있다면 업무 형태나 특성에 상관없이 이를 예술가들도 함께 공유하도록 하는 것이 국가와 정부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