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으로 구글링한 후 아마존닷컴에서 물건을 구매한다.’
요즘 실리콘밸리에 사는 미국 소비자들의 일상적 풍경이다. 전 세계인의 모습도 빠르게 이를 닮아가고 있다. 이 같은 삶의 변화는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를 장악하고 있는 이른바 ‘트리플A(애플·알파벳·아마존)’가 주도하고 있다. 이들의 영향력은 기업 가치에서도 알 수 있다. 나스닥에 상장된 이들 트리플A 중 애플의 기업가치는 약 8,000억달러로 글로벌 1위다. 구글 지주회사인 알파벳은 약 6,800억달러로 2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아마존은 마이크로스프트(MS)와 페이스북에 이은 5위로 시총이 약 4,800억달러에 달한다.
다만 트리플A 역시 한때는 선두업체를 쫓는 2위 사업자였다는 점에서 국내 ICT 기업들이 이들의 성장전략을 벤치마크하고 응용해 새로운 도약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이종업종 간 융합 시도와 각종 노하우를 공유하는 ‘개방형 혁신’을 통해 트리플A의 벽을 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트리플A도 한때는 추격자=아마존은 지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이베이에 이은 2위 전자상거래 사업자였다. 하지만 원클릭으로 대표되는 간편결제 서비스 도입과 물류망 투자 등으로 이제는 명실상부한 유통 최강자다. 아마존의 매출은 2위부터 10위까지 오픈마켓 사업자의 매출을 합친 것보다 많다. 또 1% 내외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하며 ‘벌어들인 만큼 고객에게 돌려준다’는 특유의 성장전략은 아마존을 플랫폼 기업으로까지 탈바꿈시켰다.
특히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AWS)가 확실한 ‘캐시카우’ 역할을 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도 잘 짜여 있다는 평을 받는다. 스마트폰이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를 굳힌 상황에서 판도를 뒤바꿀 AI 스피커 전략도 주효했다. 아마존은 음성인식 기반의 AI로 각 집안을 장악하는 전략을 통해 사물인터넷(IoT)의 다양한 시장으로 외연을 확대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으며 ‘AI스피커=에코’라는 공식도 만들어냈다. 이후 애플·구글·삼성전자 등이 잇따라 관련 시장에 뛰어들며 아마존의 AI스피커 전략이 틈새시장 개척을 넘어 거대한 시장을 창출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독과점 논란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ICT 업계의 절대강자인 구글 역시 한때는 후발주자였다. 구글이 시장에 첫선을 보인 1990년대 후반은 야후의 시대였다. 콘텐츠 제공에 집중한 야후와 달리 구글은 검색기술 고도화에 힘을 모아 이용자가 어떤 검색 결과를 원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검색어를 입력할 경우 각종 웹페이지를 그대로 가져와 데이터를 추출해내는 ‘크롤링’ 기술은 여타 업체가 넘볼 수 없는 압도적 우위를 자랑하며 ‘구글링’이라는 말을 일반명사처럼 쓰이게 만들었다.
애플의 핵심 성장동력은 혁신이다. 아이폰이 시장에 처음 나온 2007년 “PC를 전화기 안에 구겨 넣은 것에 불과하다”며 평가절하하는 목소리가 많았을 정도로 시장의 반응은 엇갈렸다. 하지만 애플은 터치스크린을 도입, 초소형 PC라 할 수 있는 스마트폰의 활용성을 배가해 인류 역사에 남을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다. 또 미국인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아이튠스를 바탕으로 한 콘텐츠 파괴력까지 더해 글로벌 시가총액 1위 업체인 애플의 성공신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2·4분기 기준 앱스토어 등의 콘텐츠 부문 매출 비중이 16%에 달하는 등 단말기 외의 시장에서도 수익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토종기업들 과감하고 빠른 전략만이 살길”=국내 업체들은 이 같은 트리플A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해 ‘퍼스트무버’로의 역전을 꿈꾸고 있다. 네이버는 세계적 AI 연구기관인 제록스리서치센터 유럽을 6월에 인수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자율주행차 이노비즈테크놀로지스에 지분투자를 단행하는 등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플랫폼 서비스를 중심으로 해외시장 진출을 꾀했던 카카오는 최근 웹툰이나 게임 등 콘텐츠 사업을 통한 해외 진출에 집중하고 있으며 SK텔레콤(017670)은 아마존의 생태계 전략을 모방하는 동시에 SM과의 제휴 등으로 동남아 시장 진출까지 꾀하며 글로벌 ICT 업체로 거듭날 계획이다. KT와 LG유플러스 또한 신재생에너지나 자율주행차 등의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나서고 있으며 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 등 국내를 대표하는 이른바 ‘3N’ 게임업체들은 아시아를 넘어 미국과 유럽으로까지 영토를 넓히고 있다. 삼성SDS, LG CNS, SK C&C 등 시스템통합(SI) 업체는 AI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 전략으로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으며 삼성전자·LG전자 같은 글로벌 플레이어들은 전장사업 진출 등으로 업종 간 경계를 허물고 있다.
NHN 미국법인장을 지낸 윤정섭 미띵스 대표는 “현재 실리콘밸리에서는 딱히 특정 시점을 가리지 않고 순간마다 ICT와 관련한 새로운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며 “국내 업체들 또한 글로벌 ICT 공룡들이 공개한 소프트웨어개발키트(SDK) 등 다양한 인프라를 활용해 한발 빨리 제품을 내놓고 또 재빠르게 문제점을 보완하는 식의 속도감 있는 경영으로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너제이=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