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어금니 아빠’ 이영학이 13년간 약 13억원의 후원금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돼 경찰이 후원금 사용처 파악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24일 서울 중랑경찰서는 지난 2005년부터 2017년까지 딸과 아내의 후원계좌 등을 분석한 결과 약 13억원가량의 후원금이 들어온 사실을 확인했다.


이씨는 자신의 딸이 희귀병인 ‘거대백악종’을 앓고 있지만 수술을 받을 돈이 없다며 모금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씨가 평소 고급 승용차를 몰고 다니는 등 후원금이 딸의 치료비가 아닌 다른 곳에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은 이씨가 체포되기 전 계좌에 남아있던 3,000만∼4,000만원과 서울대병원에 송금된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후원금 8억원의 용처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또 이씨가 10여년간 사용한 신용카드 3∼4개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발부받아 지출 내역을 확인하고 있다. 현재까지 이씨가 본인의 문신 비용으로 4,000만원 가량을 쓰고, 외제차와 고급 승용차를 구매하고 유지하는 데 후원금 일부를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씨가 공식 후원계좌가 아닌 차명계좌를 통해 더 많은 후원금을 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이씨의 계좌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송금된 1억6,000만원이 딸의 진료비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영학의 딸은 지난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서울대병원에서 5차례 수술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씨가 수신자명을 ‘서울대병원’으로 조작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서울대병원으로부터 진료 기록을 받아 분석 중으로 정확한 수술비와 진료비를 확인할 계획이다. 이영학이 딸의 치료비 명목으로 후원금을 받고 다른 곳에 사용했다면 사기나 횡령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딸의 진료비 내역과 대조하고 분석하는 등 후원금 사용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가 아내에게 성매매를 시킨 정황도 드러났다. 경찰이 이씨의 휴대전화에서 확보한 성관계 동영상에 나오는 남성들을 조사해 이들이 성매매한 사실을 확인했다. 동영상에 나오는 남성과 성매매 여성들의 인적 사항을 확인해 현재까지 약 10명을 소환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동영상 중 일부에서 아내인 최모(사망)씨가 등장하는 장면을 포착하고 이씨를 상대로 성매매를 강요했는지 추궁할 방침이다. 경찰은 조사 결과 성매매알선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혐의를 추가하고 동영상에 등장하는 남성들은 입건할 방침이다.

/이두형기자 mcdjr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