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년 전 전자(electronics)의 시대가 시작된 이래 가장 큰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를 겪고 있는 지금 변화를 적극적으로 만들어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해 지금까지 그래왔고, 그리고 앞으로도 많은 논의와 토론이 있을 것이다. 급변하는 현시대에 여러 사람이 함께 일하는 기업 같은 조직이 변화의 속도에 발맞추고 변화를 이끄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변화에서 선도적 입지를 갖추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기업이 전략을 짜고 시스템을 만들고 프로세스, 그리고 기업 문화를 개선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유연성과 민첩성을 갖추고 창의적인 접근법이 필요하다.
보쉬그룹은 130여년간 지속돼온 기업이다. 전 세계적으로 440여개 사업장에서 39만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은 과연 어떻게 유연성과 민첩성을 갖출 수 있을까. 보쉬는 현재 다양한 방면에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율성과 창의성, 그리고 소통을 추구하는 유연한 근무 문화가 그중 하나다. 보쉬그룹 전체적으로 100여개의 근무 모델이 존재하며 직원들이 개인의 삶과 경력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또 업무의 성격에 따라 근무지에 출퇴근하는 것보다 결과에 집중함으로써 유연하고 가족 친화적인 근무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직원들에게 자율성·창의성을 장려하는 것이다.
필자가 로버트보쉬코리아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새롭게 만들고자 한 것 중 하나도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해 새로운 근무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었다. 현재 로버트보쉬코리아의 직원들은 주 40시간의 근무시간을 유지하면서 오전10시부터 오후4시까지의 집중 근무시간을 제외하고는 개인이 원하는 시간에 출퇴근할 수 있다. 또 주 1회 직원과 매니저가 협의해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집이나 카페 등 자신이 원하는 장소에서 원격 근무를 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근무 환경도 경기 용인 사옥의 일부 층에는 구분 벽(파티션)이나 개인 지정석 없이 직원 개인이 날마다 원하는 자리에 앉아 직급과 부서에 상관없이 편하게 소통하고 투명하게 서로 이를 볼 수 있는 새로운 사무실 환경을 조성해 자율적인 사무실 분위기를 만들었다.
기업이 유연성과 민첩성, 그리고 창의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을 실행에 옮기는 주체는 사람이다. 조직 내에서 변화의 주체인 사람이 창의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보장하고 투명하고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지금의 산업 패러다임 전환에서 변화에 적응하고 이를 이끌어갈 수 있는 첫 단계가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