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한국판 로비스트 등록제' 내년 시행

퇴직자·로펌·대기업 관계자 등
출입·접촉 준칙 연내 마련키로

신영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외부인 출입·접촉 관리 방안 및 윤리 준칙’ 도입에 대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전에 등록한 대기업·로펌 관계자만 공정거래위원회 직원과 접촉할 수 있도록 한 한국판 로비스트 규정이 나왔다. 등록 대상 외부인은 부정한 청탁 금지, 비밀 엄수 등 공정위가 제시한 윤리 준칙을 준수해야 하고 이를 어길 경우 공정위 직원들과의 접촉이 1년간 차단된다. 정부기관이 공직자가 아닌 외부인을 대상으로 관리 방안을 마련한 것은 처음이다.

공정위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외부인 출입·접촉 관리방안 및 윤리준칙’을 올해 안에 마련하고 내년 1월부터 즉시 시행한다고 24일 밝혔다.

등록 대상은 연간 외형거래액 100억원 이상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회계사 등 법률 전문 조력자 중 공정위 사건을 담당한 경력이 있는 사람이다. 자산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속하는 57개 대기업에서 공정위 관련 대관 업무를 하는 담당자와 등록 요건 대상 로펌·대기업에서 공정위 관련 업무를 하는 공정위 퇴직자도 포함된다.

등록 대상 외부인이 공정위 직원을 방문·면담하기 위해서는 인적사항과 주요 업무 내역을 공정위에 등록하고 6개월마다 갱신해야 한다.


이들은 공정위 직원을 만날 때 사건 처리 방향 변경 등 사건 수임과 관련된 부정한 청탁을 할 수 없다. 조사계획을 사전에 입수하는 등 비밀을 수집해도 안 되며 사전에 약속된 직원 외 다른 직원들을 만날 수 없다.

등록하지 않은 외부인과는 어디서든 접촉이 허용되지 않는다. 직무 관련성이 있는 경우 사무실 밖에서의 만남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직무 관련성이 없어도 면담 내용은 보고해야 한다.

다만 피심인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전원회의·소회의 참석, 진술 조사 등을 위한 공정위 출입은 미등록자라도 가능하다. 또 경조사·토론회·세미나 등 사회상규상 허용되는 범위의 접촉은 따로 보고하지 않아도 예외로 인정된다.

공정위의 이 같은 조치는 로비스트로 등록된 사람만 대관 접촉을 허용하는 미국과 유사한 내용으로 김상조 위원장 취임 이후 추진하는 공정위 신뢰 회복 방안의 일환이다.

신영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지난 9월 공정위가 대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사건과 관련한 직원과 외부인과의 사적 접촉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면서 “유착 논란을 근절하려면 공정위 직원들에 대한 내부 통제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공정위 직원들과 외부의 소통이 단절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한 전직 공정위 인사는 “공정위 직원들이 외부와 고립될 여지가 크다”며 “진행 중인 사건의 이해관계자를 만나지 못하게 하는 것은 효과가 있겠지만 정책을 수립할 때는 다양한 외부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청와대 등 권력기관을 통한 외압을 막을 대책은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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