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젠성 브로커 'IPO 카르텔' 中 상장기업 부실 더 키웠다

현지 브로커에 지나친 의존
국내 상장사 절반 '지역 쏠림'

중국 푸젠성의 기업공개(IPO) 브로커들이 국내 상장업무를 독점하면서 중국 기업들의 부실이 더 커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4일 한국거래소 상장유치팀 관계자는 “중국 상장사 대부분이 푸젠성 소재 기업이고 상장을 준비 중인 기업 역시 푸젠성에 위치한 회사”며 “지역이 편중되며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현재 상장됐거나 상장폐지된 중국 기업 23개 중 11개가 푸젠성 기업들이다. 올해 초 상장을 포기한 그린소스와 내년 상장을 준비 중인 트리플엑스도 모두 푸젠성 출신이다.


푸젠성은 중국 남부에 있는 성(省)으로 중국 산업과 무역 중심지역인 광둥성과 상하이·홍콩에 인접해 있다. 지난해 기준 푸젠성 인구는 약 3,700만명으로 중국 전 인구 대비 2% 수준에 불과하고 같은 기간 중국 지역별 GDP(총생산) 순위도 10위에 그쳤지만 국내 상장 기업 중 푸젠성의 비율은 50%가 넘을 정도로 기형적인 모습이다. 특히 국내 시장에서 물의를 일으킨 기업들이 대부분 푸젠성 소재 기업들이라는 점을 전문가들은 주목하고 있다. 중국 기업 중 상장폐지 된 총 9개 기업 가운데 4곳이 푸젠성 소재 기업이다. 현재 반기보고서 미제출로 거래정지 중인 완리 역시 푸젠성 소재 기업이다. 특히 지난 2013년 2,000억원 규모 피해를 입힌 고섬 역시 푸젠성 출신이며 가장 최근 감사의견 거절로 상폐된 중국원양자원도 같은 곳에 위치해 있다.

국내에 상장된 중국기업이 푸젠성에 몰린 것은 거래소의 단순한 상장 유치 방식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현지 소수 브로커에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알음알음 상장을 소개시켜주는 것이 대다수다. 중국 상장에 정통한 한 증권사 관계자 역시 “푸젠성 소재 생활소비재 위주 기업들 중 현지 소수 브로커들의 소개로 국내에 IPO 하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이들 기업은 중국 내 상장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0여년 전부터 푸젠성 소재 기업들은 여러 개 회계 장부를 쓰고는 했다”며 “중국 현지에서도 푸젠성 소재 기업들은 불신하는 경향이 많은데 현재까지 푸젠성 소재 기업들 상장 유치에 열을 올린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박호현기자 green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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