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홍렬 삼성서울병원 양성자치료센터장이 양성자치료실(왼쪽)과 조종실(오른쪽)에서 치료 원리와 절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서울병원
양성자치료기는 간암·두경부암·폐암·뇌종양 등 각종 고형암의 치료 효과가 뛰어나지만 국내에서는 삼성서울병원과 국립암센터 2곳에서만 가동하고 있다. 양성자 가속·전송장치, 대형 회전치료기와 방사선 차단설비만도 수백억원에 이르는 고가의 장비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미국에서 30여대 등 총 66대가 운용되고 있다.
양성자는 종양 부위에 에너지를 쏟아부어 DNA를 파괴해 종양세포의 증식을 막고 소멸되는 특성이 있다. 종양 뒤편 정상 조직세포의 DNA가 파괴되는 부작용이 없기 때문에 간 기능 등이 많이 나빠져 X선 치료를 할 수 없는 간세포암 환자 등도 양성자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종양 앞뒤로 투과되기 때문에 정상 조직도 꽤 손상되는 X선 치료와 다르다.
삼성서울병원 양성자치료센터는 지난 1년10개월 동안 고형암 환자 764명을 치료했다. 치료는 보통 한 달이나 한 달 반 동안 평균 20회 안팎(간암 10회, 뇌종양 25회, 폐암 20~30회) 진행된다. 90%가량은 종양 부위를 양성자 빔으로 재봉질하듯 조사하는 ‘스캐닝 양성자 치료법’을 적용한 경우다. 삼성서울병원과 미국 메이요클리닉이 선도하고 있는 차세대 치료법이다.
센터가 간세포암 환자들을 치료한 뒤 추적 조사한 결과 90%가량에서 종양이 완전히 소멸(70%)되거나 종양 크기가 줄어드는 효과를 보였다. 치료 1년 동안 종양이 다시 커진 경우는 10%에 그쳤다. X선과 달리 간 기능 저하가 나타나지 않았다. X선 치료와 달리 같은 종양 부위의 재치료와 직경 16㎝ 종양의 치료도 가능했다.
전체 양성자 치료 환자 10명 중 약 2명이 뇌종양 등을 앓는 소아암 환자인 것도 그만큼 안전해서다. 표홍렬 센터장은 “방사선은 그 자체가 발암물질이므로 향후 2차 암 발생을 초래할 수 있다”며 “따라서 치료를 받고 50~70년 이상 살아야 하는 어린이들의 부모는 그런 위험을 최대한 낮출 수 있는 양성자 치료를 선호한다”고 소개했다.
폐암의 경우 스캐닝 양성자 치료법은 기존의 방사선 치료 대비 폐 보호 효과가 2배 이상 우수하고 주변에 있는 심장·식도·척수신경 등도 완벽에 가깝게 보호할 수 있다. 표 센터장은 “특히 심장근육에 영양·산소를 공급하는 심장동맥(관상동맥)의 경우 방사선에 노출되면 혈관이 좁아지고 딱딱해져 5~6년 뒤 심근경색·협심증에 걸릴 위험이 커지는데 양성자 치료는 이런 부작용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남성에게 가장 흔한 전립선암이나 심장 위쪽에 있는 여성의 왼쪽 유방암 치료에 양성자 치료를 많이 하지만 국내에서는 재정부담 등을 이유로 아직 두 암에 대해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센터는 광속의 60% 수준으로 양성자를 가속하는 장비, 어느 방향·위치에서든 종양 부위에 양성자 빔을 쏠 수 있는 원통형 회전치료기 2개를 갖추고 있다. 높이 10m에 무게가 170톤이나 나간다. 2교대 근무체계로 2개의 회전식 치료실을 풀 가동 하고 있지만 연간 600명 정도만 치료할 수 있어 지금도 3~4주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내년에 특진비(선택진료비)가 폐지되면 양성자 치료의 본인부담(5%)이 100만원 수준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대기기간은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표 센터장은 “스캐닝 양성자 치료는 특정 암종에 좋다기보다 기존 X선 치료의 단점을 보완·극복할 수 있는 치료법”이라며 “폐암 등 여러 암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치료 효과를 높이는 성과를 도출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삼성서울병원 양성자치료센터 의료진이 회전식 장비로 암환자 치료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서울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