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둘러싸고 날 선 공방 이어져

부산국제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놓고 여야 의원과 서병수 부산시장 간 날 선 공방이 벌어졌다. 2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부산시 국정감사에서 장제원 자유한국당(부산 사상구) 의원은 “부산국제영화제의 출범 목적은 다양성으로 가장 큰 문제점들을 정치 개입 없이 순수하게 문화·영상인들이 모여서 발전시키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며 “지금은 정치적 외압에 흔들린 영화제라는 인식, 영화인이 등을 돌린 영화제, 외국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느끼는 영화제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산국제영화제의 흔들림 없는 발전을 위해 신뢰 회복이 가장 중요하다”며 “신뢰 회복 문제에 대해 구상하는 바를 말해달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서병수 부산시장은 “현재 부산국제영화제가 갈등 구도로 흘러온 것은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며 “다이빙벨 상영 문제에 관해서는 비공식적으로 영화제 조직위원장으로서 ‘다이빙벨을 상영하지 않았으면 한다’라고 한번 말했을 뿐 그 외의 다른 외압이나 간섭은 전혀 없었다”고 답했다. 이어 “당시 세월호 일부 유가족들이 시청으로 찾아와 다이빙벨을 상영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등 여러 가지 찬반양론이 있는 상황에서 영화제 조직위원장으로 의견을 말했을 뿐”이라며 “정치적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장 의원은 또 “이용관 집행위원장에 대한 고발에 들어간 것은 보복으로 보일 수 있다”며 “영화제의 투명한 운영도 중요하지만, 영화제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됐다는 것이 더 중요한 가치”라고 말했다. 서 시장은 “집행위원장에 대한 검찰 고발은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되면서 횡령으로 검찰에 고발해라는 권유가 있었기 때문에 부산시에서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며 “집행위원장의 사퇴는 임기가 만료돼 사퇴한 것이지 강요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부산시는 영화제로 인해 많은 비판을 받아왔지만, 부산국제영화제가 반드시 존속돼야 한다는 심정으로 예산 등을 지원하고 있다”며 “앞으로 독립성과 자율성에 대해서는 확고하게 지켜나가겠다”고 답했다.


표창원(경기 용인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다이빙벨이란 영화 자체의 정치적인 문제 때문에 상영을 반대했다고 했는데 서 시장은 영화 예술에 있어 전문가인가”라고 물었고 서 시장이 “상식을 가지고 있다”고 답하자, 표 의원은 “그게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학문과 예술에 자유에 대한 탄압”이라며 “올해 영화제 폐막식에서도 많은 영화인이 사과하길 바라면서 부산시장에게 문제를 제기했는데 사과할 의사가 없는가”라고 물었다. 서 시장은 “사과할 생각 없다”고 말했다. 표 의원은 서 시장과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피감기관의 태도가 이래도 되는 건가”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재정(비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시아 최대의 비경쟁 영화제, 세계 5, 6위권의 영화제로 성장한 부산국제영화제가 최근의 사태로 위상이 얼룩졌다”며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수석회의 자료 등을 보면 청와대와 부산시가 영화제에 대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증거가 속속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문화계를 정권 유지의 수단으로 악용한 박근혜 정부와 협력한 서병수 시장이 차기 지방선거에 다시 출마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서 시장은 “영화제의 파행 책임을 놓고 중앙정부 차원의 조치와 부산시의 조치를 혼동해 지적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부산시는 영화제의 위상을 훼손할 어떠한 행위도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당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서병수 부산시장과 전화통화를 한 사실을 두고 외압 논란도 빚어졌다. 이 의원이 “부산영화제 사태는 당시 정권에서 기획하고 부산시가 협력한 결과”라며 “2014년 영화제 시작 전에 당시 김기춘 실장이 서병수 시장에게 전화한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고 지적하자 서 시장은 “김 실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사실은 있지만 ‘다이빙벨’ 상영을 막아달라는 지시의 전화가 아니라 ‘다이빙벨’로 인한 정치적 논란을 우려하고 걱정하는 전화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 시장은 “부산시장은 360만 부산시민을 대표하는 자리로 청와대 비서실장이나 문화관광부 장관의 지시에 따를 의무는 없다”며 “부산시로서도 김기춘 실장의 전화 이후 실질적으로 ‘다이빙벨’ 상영 관련해 아무런 조치를 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고, 이 의원은 “청와대가 전화하면서 ‘이는 지시다, 지침이다’라고 하지는 않는다”며 “우려와 걱정의 뜻을 전달했다고 하더라도 상식적으로 볼 때 이는 명백한 외압이며 부산시가 이에 협력하면서 영화제 갈등을 키웠다”고 비판했다.

/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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