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5,000억달러(약 564조원)를 들여 주거·비즈니스 신도시 ‘네옴(NEOM)’을 건설한다. 사우디의 탈(脫) 석유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이 도시는 기존 규제로부터도 자유롭게 운영될 예정이어서 무함마드 빈 살만 제1왕위계승자(왕세자)가 그리는 구조개혁의 청사진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빈 살만 왕세자가 24일(현지시간)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공공투자기금(PIF) 투자자 행사에서 ‘네옴’ 건설 프로젝트를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네옴은 사우디 북서부의 홍해변 사막지대에 서울 면적의 44배에 달하는 2만6,500㎢ 넓이로 건설될 계획이다. 사업자금인 5,000억달러는 사우디 정부 재정, PIF, 외국 투자 유치로 마련할 예정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네옴은 이미 몇 백년 동안 건설된 다른 도시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새로운 기회를 선사할 것”이라며 “우리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건설하겠다”고 설명했다.

네옴은 사우디 정부의 법·세제·규제에서 벗어나 ‘독립 경제 구역’으로 운영된다. 사우디가 공개한 네옴 소개 영상에는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들이 일하는 모습이 담겨 사회 규제도 네옴에서는 대거 풀릴 것으로 전망된다. 빈 살만 왕세자는 “네옴 사업은 사우디 정부의 기존 규제와 독립적으로 진행된다”며 “사업 추진 단계마다 투자자, 관련 사업가들의 조언을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에는 로봇 공학·태양광 발전 등 최신식 기술이 접목된다. 네옴에서 쓰는 모든 에너지는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며 단순 반복작업은 사람보다 많은 로봇이 대체한다. 사우디 정부는 이 도시를 거점으로 △인공지능(AI)·가상현실(VR) 등 신기술 △3D 프린팅·로봇 등 고급 제조업 △약학 등 바이오 산업 등을 육성할 계획이다.

네옴은 빈 살만 왕세자가 지난해 선포한 경제·사회 개혁 프로그램 ‘비전 2030’의 선도도시로 계획됐다. 비전 2030은 저유가 기조가 길어지자 석유 산업에 치중된 사우디의 구조를 개혁하는 프로젝트다. 사우디는 관광·제조업·군수 산업 등을 육성해 국내총생산(GDP)의 민간 부문 기여도를 현행 40%에서 2030년까지 65%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경제 개혁을 위해 여성의 사회 진출 확대라는 사회 구조의 변화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은 내년 6월부터 여성의 운전을 허용하라고 명령했다.

한편 이날 열린 행사에서 야시르 빈오트만 알루마이얀 PIF 사장은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기업공개(IPO)가 예정대로 내년에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우디는 아람코의 지분 5%를 해외 증시에 상장해 비전 2030의 재원을 마련할 계획으로, IPO 규모는 사상 최대인 1,000억 달러(약 113조원)으로 추정된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