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클로드 융커(왼쪽) EU 집행위장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AP연합뉴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에게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을 도와달라고 ‘애걸’했다는 독일 언론 보도가 유럽 전역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내용 유출에 분노를 표했고 영국 측도 발끈하면서 융커 위원장 측은 수습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24일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메이 총리와 융커 위원장의 실무 만찬을 보도한 독일 언론에 메르켈 총리가 분노했다”며 “EU와 메이 총리 간 불화가 자칫 메이 정권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을 메르켈이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독일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FAZ)은 “메이 총리가 실무 만찬에서 구조 요청 같은 절박함을 나타냈다”며 “잠을 못 이룬 듯 불안하고 낙심한 표정으로 융커 측에 협상에 대한 도움을 애걸했다”고 보도했다.
더타임스는 “메르켈 총리가 영국 보수당의 자중지란에 실망해왔지만 가장 우려하는 것은 메이 총리가 협상 도중 교체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메이 총리가 실각할 경우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 등 브렉시트에 보다 강경한 인물이 뒤를 이을 가능성이 커 EU로서는 현 협상팀과 협상을 마무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메이 총리 측은 유출 인사로 융커 위원장의 비서실장인 마르틴 셀마이르 변호사를 지목했다. 셀마이르는 지난 4월 메이 총리와 융커 위원장 간 첫 실무 만찬 당시 관련 내용을 언론에 유출했던 인물이다. 이에 대해 융커 위원장 측은 ‘애걸’은 영국 총리의 스타일이 아니며 메이 총리는 투쟁력과 함께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강조하는 등 황급히 수습에 나섰다. 마가리티스 시나스 집행위 대변인은 “루머에 대응하지 않지만 이번에는 해야겠다”면서 “회담 내용은 건설적이고 우호적이었다. 가십에 휩쓸릴 여유조차 없을 만큼 바쁘니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