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4차 산업혁명시대, ASEM 협력 통해 미래교육 준비하자

임진혁 포스텍 정보통신대학원 특임교수
ICT·모바일 기술력 뛰어난 한국
서울 ASEM 교육장관회의 계기
미래교육 5대 요소 충족시키는
새로운 모델·선도전략 마련해야



오는 11월21~22일 서울에서 제6차 ASEM 교육장관회의가 개최된다. 이번 회의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제1차 ASEM 교육장관회의 이후 10년을 맞은 해에 개최되는 것으로 의미가 더욱 크다.

ASEM은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ia·Europe Meeting)의 약칭으로 상대적으로 연계가 약했던 아시아와 유럽 간의 협력을 도모하자는 취지에서 지난 1996년 태국에서 정상회의가 개최된 후 아시아와 유럽을 번갈아 가며 격년으로 열려왔다. 그 중 2006년에 열린 제6차 ASEM 정상회의에서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와 교육이 쟁점으로 부상했고 2008년부터 아시아와 유럽 간 세계 최대 규모의 장관급 지역협의체인 ‘ASEM 교육장관회의’가 개최되고 있다.


이번 6차 ASEM 교육장관회의에서는 청년고용 촉진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ASEM 교육장관회의 한국 개최를 계기로 4차 산업혁명이 일자리에 미칠 영향과 그에 대비하기 위한 국제적 협력의 필요성, 한국의 역할 등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16년 1월 발표한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에서 향후 5년간 710만개의 일자리가 소멸하고 210만개가 생성되며 전 세계 7세 아이들의 65%는 현재 없는 직업을 가질 것으로 전망했다. 드루 길핀 파우스트 하버드대 총장은 지금 대학 졸업생이 사회에 나가면 적어도 6번은 직업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했다. 요약하면, 일자리의 총량이 대폭 줄어들고 새로운 직종이 많이 늘어나며 직업의 수명이 짧아져 지속적으로 신지식 혹은 기술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국정과제의 제1순위로 삼아 노력하고 있지만 기존의 유망한 직업조차 대폭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금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일어나겠지만 미래 세대가 아닌 오늘의 세대가 겪게 될 것임은 확실하다. 맥킨지에 따르면 직업인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세트(skill sets)는 2009년 178개에서 2012년 924개로 증가했다. 이런 추세도 기술발전 속도에 맞춰 가속화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심화되는 불확실성을 고려해볼 때 새롭게 생겨날 직업 혹은 기술을 예측해 인재를 양성하는 기존 교육방식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간다. 따라서 현행 교육의 문제점들을 개선하는 방식보다 미래교육이 필요로 하는 요소들을 파악해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교육모델을 정립해야 한다.

미래교육을 위한 요소는 다섯 가지다. 첫째, 즉시성을 충족할 수요기반 교육(learning-on-demand)이다. 공급자 중심의 교육에서 탈피해 사회가 요구하는 지식과 기술을 학습하게 되면 현행 교육의 문제점인 미스매치가 해결된다. 둘째, 학위 위주에서 역량 기반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 ‘무엇을 배웠는가’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로 초점을 옮겨야 한다. 셋째, 창의적 인재 양성이다. 토론 및 문제풀이 같은 지식응용 분야에 치중함으로써 인공지능이 대체하기 어려운 창의적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넷째, 교육의 접근성 확보다. 필요로 하는 교육에 언제 어디서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웹 기반의 온라인 교육이 필요하다. 다섯째, 교육비용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비 때문에 양질의 교육을 받을 기회를 박탈당하지 않도록 개방교육(open education)이 돼야 한다.

이런 미래교육의 요소들을 충족시키는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무크(Massive Open Online Course, 온라인 공개수업)와 플립드러닝(Flipped Learning, 역진행 수업)이다. 이번 ASEM 교육장관회의에서 한국은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국제 교육협력을 가속화하는 ‘무크 이니셔티브’를 제안한다. 무크를 통한 아시아와 유럽 간 협력은 실로 다음 10년의 미래 교육 비전에 적합한 제안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이며, 특히 모바일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한국의 기술력이 무크 플랫폼과 강좌 운영에 기여할 바가 크기에 미래교육 분야에서 한국이 선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임진혁 포스텍 정보통신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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