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한 달(20일 기준) 동안 ‘신한BNPP커버드콜’ 펀드에서는 503억원이 빠져나갔지만 ‘신한BNPP유로커버드콜’ 펀드로는 527억원이 유입됐다. ‘신한BNPP유로커버드콜펀드’의 판매 잔액은 지난 7월 출시 이후 3개월 만에 1,000억원을 돌파했다. 같은 기간 ‘KB유로커버드콜’ 펀드로도 12억원이 유입됐다.
5년에 걸친 박스피를 경험한 국내 투자자들이 커버드콜펀드에서 자금을 빼는 것은 이례적이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신한BNPP커버드콜펀드의 경우 지난해 5월 출시된 뒤 약 14개월 만에 1조원을 돌파하는 등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다. 연초 이후 신한BNPP커버드콜펀드로는 1조1,823억원이 유입됐으며 최근 3개월간 2,084억원, 6개월간 9,697억원이 유입되기도 했다. 신한BNPP커버드콜펀드 외에도 ‘미래에셋배당프리미엄’의 경우 최근 6개월과 3개월간 각각 6,723억원과 2,932억원이 유입됐으나 1개월간 자금 유입액은 60억원에 그치는 등 둔화세를 보였으며 9월 설정된 ‘KB고배당커버드콜’ 펀드의 경우 설정액이 74억원에 머물고 있다.
최근 커버드콜펀드의 자금 이동은 국내 증시 상승세에 대한 투자자들의 믿음이 이전보다 단단해지며 하락보다는 상승 쪽에 베팅을 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커버드콜펀드는 하락기에 손실을 줄이는 상품의 특성상 증시가 오를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상승세에 부담을 느끼는 이들이 주로 가입하기 때문이다. 박문기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퀀트운용팀장은 “커버드콜펀드는 지수 상승만큼의 수익을 내지 못하지만 하락기에도 손실을 줄이는 특성이 있다”며 “이 때문에 증시가 더 오를 것으로 생각하면서도 혹시 모를 위험을 최대한 피하려는 안정적인 성향의 투자자들이 주로 가입하는 상품”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코스피의 3·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0.42%와 46.08%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4·4분기 역시 매출액은 4.98%, 영업이익은 52.92%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4·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추정치는 3개월 전보다 각각 1.1%와 3.7%, 1개월 전보다 1.2%와 0.7% 증가해 증시 상승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유럽 증시로 국내 투자자들이 눈을 돌리는 것은 유럽 증시가 최근 많이 올랐지만 영국을 필두로 경기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어 앞으로도 안정적인 주가 상승을 기록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기 때문이다. 최근 독일 DAX30, 영국 FTSE100 등 유럽 증시 대표 지수들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유로펀드는 연초 이후 30%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향후 전망도 밝다. 유로화 강세에도 기업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데다 연말부터 본격화되는 미국 금리 인상은 달러 대비 유로화 강세를 다소 완화시키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아직 유럽 내부의 악재들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 커버드콜펀드로 자금이 쏠리는 이유다. 투자자들은 상승세를 예상하면서도 아직 남아 있는 위험 요소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브렉시트로 최근 브뤼셀에서 이틀간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브렉시트 협상이 2단계에 진입할 정도로 진행되지 못했다고 평가하는 등 영국의 탈퇴를 두고 여전히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스페인 역시 카탈루냐 자치정부의 분리독립 추진에 대해 스페인 중앙정부가 당분간 카탈루냐를 직접 통치하겠다고 밝히면서 대규모 불복종 운동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등 유럽 곳곳에서 상승을 가로막을 요소가 남아 있는 상황이다. 박진 NH투자증권(005940) 해외상품부장은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 인상과 테이퍼링을 언급하는 만큼 시장 자체에 대한 전망은 좋게 봐야 한다”면서도 “브렉시트가 실제로 진행되는 과정에서의 잡음이나 스페인 카탈루냐 사태 등과 같이 위험 요소가 현재 회복되고 있는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는 시각도 일부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