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노사정위원회를 조속히 복원해 노사갈등을 사회적 대화로 풀려고 하지만 민노총이 이러저러한 조건을 걸며 발목을 잡고 있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들에게 “민노총에 끌려다니지 말라”고 주문한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국내 일반 사업장의 노조 조직률은 10%에 불과하다. 그중에서도 일부만이 민노총에 가입해 있다. 그럼에도 민노총은 노동계를 대변하는 단체로 인식돼 사실상 노정·노사정 간 소통 채널을 독식해왔다. 민노총이 노사정위 복귀를 장기간 거부하는 것도 최대 노동단체로서 기득권을 인정받아 주요 현안에 대해서는 정부와 직거래하겠다는 속내를 내보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국민의 상식을 벗어난 민노총의 집단이익 행태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정 간 직거래보다는 사용자와 정부·노동자가 모두 참여하는 공론화의 장에서 사회적 대화로 문제를 풀자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는 당분간 민노총과의 거리두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24일 청와대 만찬 때 전교조와 거대 산하단체 참석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이 같은 인식의 일단을 보여준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앞으로 민노총이 노사정위원회 재가동을 위해 동참해줄 것을 기대한다”면서도 “불참한 민노총을 위한 자리를 따로 마련할 계획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말했다. 정부 일각에서는 민노총 중심의 대기업 노조가 노동계를 제대로 대표하지 못하고 있고 노동개혁에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노동개혁도 수반돼야 하는데 민노총이 제 밥그릇 지키기에 올인하며 민심과 동떨어진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대화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한노총과 우선 협상의 물꼬를 틀 것으로 전망된다. 민노총이 대화를 거부하며 어깃장을 놓고 있는 만큼 당분간 거리두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노사정위 복원은 원칙대로 추진하되 일단 전향적으로 입장을 바꾸고 있는 한노총과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다각적인 대안도 검토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사정위 복원을 위해서라면 한노총 등과 특별한 형식에 구애받을 필요 없이 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노총의 경우 입장 변화가 있고 시기와 방식만 적절하다면 이번 노동계 초청 대화와 유사한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청와대의 입장이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