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은행연합회 차기 회장 인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인 가운데 벌써부터 민간 출신이냐 관료 출신이냐를 놓고 하마평이 무성하다. 민간에서는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이, 관료 출신으로는 김창록 전 산업은행 총재와 재무부 장관을 역임한 홍재형 더불어민주당 고문 등이 급부상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관피아 논란이 수그러들기 무섭게 과거 정부 요직을 지낸 관료들까지 가세하는 데 대해 곱지 않은 시각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26일 평창에서 이사회를 개최하고 차기 회장 인선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영구 회장의 임기가 다음달 30일로 한 달 정도 남은 상황인데 회장추천위원회를 만드는 대신 이사회 멤버들이 후보를 추천해 총회에 올리는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거론되는 인사 가운데 민간 출신은 신한은행장을 지냈던 신 전 사장과 민병덕 전 국민은행장 등이다. 호남 출신 금융권 인맥을 대표하는 신 전 사장은 금융권에서 쌓은 폭넓은 경험과 네트워크가 강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신 전 사장은 후임 회장에 대한 구체적인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인들의 말을 종합하면 신 전 사장은 아예 뜻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회장을) 하려는 다른 사람들 많지 않느냐’며 정중동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장 자리를 놓고 경쟁이 뜨거워지는 데 대한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민 전 은행장도 자천타천 후임 회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관료 출신으로는 김창록 전 총재와 윤용로 전 기업은행장, 홍재형 고문이 최근 들어 급부상하고 있다. 김 전 총재는 행시 13회로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지낸 관료 출신이다.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부산고 동기이며 참여정부에서 금융권 주요 보직을 맡아 현 정부와도 인연이 깊다. 특히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 이동빈 수협은행장 등 부산 출신 인물들이 최근 부각되는 점을 감안하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실제 김 전 총재는 최근 시중은행장 등을 직접 방문해 ‘본인이 뜻이 있음’을 강력히 설명하는 등 지지를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 고문의 경우 수출입은행장·외환은행장 경력에다 국회의원을 거쳤다는 점에서 정무적 능력이 크게 부각되고 특히 현 정부가 법정 최고금리 인하와 저소득층 채무 탕감 등 서민금융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은행 업계의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현 정부와 선이 닿는 인물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분위기가 홍 고문을 나서게 했다는 후문이다.
홍 고문 측 관계자는 “금융 전문가로 손색없는 경력을 겸비한 국회의원 출신으로 정치·경제·행정을 두루 섭렵했다”며 “외환은행장 시절에도 노조로부터 상을 받을 정도로 노사 화합에 모범을 보인 만큼 화합을 바탕으로 조직을 이끄는 데 제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홍 고문의 나이가 79세라는 점에서 나이 논란을 비켜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의식한 듯 이 관계자는 “홍 고문은 매일 헬스장을 찾아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