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고립 강화하는 美 의회, 과거·통합놀음 빠진 韓 국회

미국 하원이 24일(현지시간) 초강력 대북제재법인 ‘오토 웜비어 북핵제재법’을 통과시켰다. 북한과 거래하는 외국 금융기관·기업에 대해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금융체제 접근을 완전히 봉쇄한다는 것이 법안의 핵심이다. 이 법은 모든 규제를 행정부의 의무사항으로 규정하는 등 제재수위를 초강력 수준으로 높인 것이다. 특히 안보리 유엔결의 등을 이행하지 않는 국가에 대한 구체적인 제재방안까지 담고 있어 상당한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법안처리 과정을 보면 미국 의회의 대북제재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짐작할 만하다. 발의되자마자 하원 금융위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후 규칙위를 거치지 않고 ‘패스트 트랙’ 절차를 통해 본회의에 상정돼 일사천리로 처리됐다. 상원의 기류도 다르지 않아 신속 통과가 이뤄질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미국 의회가 속도를 내는 것은 행정부의 전방위 대북압박에 보조를 맞추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다음달 초 우리나라 등 아시아를 순방하며 대북제재, 압박 강화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이 높은데 의회가 여기에 힘을 실어주려는 행보라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북한을 지척에서 마주보는 우리 국회의 현실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한 지난달 4일 북핵 규탄 결의안을 채택한 게 고작이다. 그것도 일부 야당은 표결에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

그 후의 행태는 더 가관이다. 북핵 위기가 남의 나라 일인 양 과거 얘기와 통합 놀음에만 빠져 있다. 국정감사장은 적폐청산 논란에 휩싸여 있고 감사장 밖에서는 정치공학적인 이합집산 논의가 난무하는 판이다. 여야 모두 나라의 안보는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이제라도 국회는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움직임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대북제재 압박에 동참할 방안을 정부와 함께 빨리 강구하는 것이 마땅하다. 정쟁에 몰두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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