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중심에 선 남배우B는 연기경력 20년차가 넘는 배우 조덕제. ‘조덕제의 성추행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여배우A는 물론이고 조덕제 또한 고정적으로 출연 중이었던 드라마에까지 하차하면서 피해를 입고 있다. ‘연기의 일부분 이냐’ 아니면 ‘의도적인 추행이냐’를 놓고 치열한 갑론을박이 있는 가운데, 해당 영화를 제작한 감독 또한 논란의 중심에 오르고 있다. 영화를 찍은 후 삶이 망가졌다고 호소하는 피해자는 분명하게 존재하는 데, 정작 가해지는 분명하지 않다. ‘조덕제 성추행 논란’으로 불리는 사건은 과연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빌딩 조영래홀에서 열린 ‘남배우A 성폭력 사건’ 항소심 유죄 판결 환영 기자회견에서 피해자의 발언이 낭독되고 있다. /사진=서경스타 DB
◇ ‘여배우A vs 조덕제’…성추행 여부를 놓고 시작된 ‘진실게임’논란의 시작은 지난 2015년 4월 영화 촬영 도중 벌어졌다. 문제의 장면은 조덕제가 극중 술에 취한 상태에서 아내의 외도를 눈치 채고 폭행한 뒤 이성을 잃고 부부 강간을 하는 부분이었다. 이후 여배우A는 조덕제를 대상으로 영화 촬영 도중 합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속옷을 찢고 바지에 손을 넣어 신체 부위를 만지는 등 성추행 했다며 강제추행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이에 대해 지난해 12월 열린 1심에서 검찰은 남배우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지만 무죄 판결이 났다. 피해자의 진술을 믿기 어려우며, 신체접촉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업무로 인한 행위로서 형법 제20조에 의해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이후 지난 13일 항소심에서 법원은 원심을 깨고 조덕제에게 양형하며 혐의를 인정했다. 피해자의 진술에 대한 신빙성이 있으며, 조덕제가 감독의 연기지시에 따른 것이었다고 주장해도 추행의 고의가 부정된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해 조덕제는 해당 사건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은 것과 관련해 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으며, 양측의 쌍방 상고로 해당 사건은 대법원으로 가게 됐다.
◇ 유일한 증거 ‘메이킹 영상’…증인·증거 없는 ‘진술에 의거한 법정 대립’
대법원의 판결을 앞두고 조덕제와 여배우A의 대립은 첨예하게 진행되고 있다. 해당 논란에 대해 가장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부분은 ‘합의되지 않는 상하체에 대한 추행’ 여부이다.
해당 논란의 주요 증거는 메이킹 영상인데, 문제는 허리 아래 부분은 찍히지 않은 상체 위주 영상이라는 것이다. 여배우A가 주장하는 것처럼 조덕제가 실제로 여배우의 하체에 추행을 했는지 이를 본 사람도 아무도 없다. 즉 증인도 증거도 없는 상태에서 조덕제와 여배우A씨의 진술에 의거한 법정싸움이라는 점이다.
이 가운데 25일 한 매체는 감독의 디렉션과 촬영 현장이 담긴 영화의 메이킹 필름을 공개했다. 영상에서는 감독의 지시를 받는 조덕제와 여배우의 모습과 함께 촬영 후 서로 엇갈린 주장을 하게 된 과정이 담겨 있다.
매체보도에 따르면 메이킹 영상에서 감독은 조덕제에게 “그냥 옷을 확 찢어버려라. 그 다음부터는 마음대로 해라 미친놈처럼” “죽기보다 싫은, 강간당하는 기분이 들도록 만들어 주셔야 한다.” “(조덕제 뒤에서 가슴을 움켜잡는 시늉을 하며) 마음대로 하라. 굉장히 중요한 씬”이라고 말하고 있다.
여배우A씨는 해당 장면을 찍은 이후 개인 속옷이 찢어졌다고 화를 내면서 투덜거렸고, 이후 성추행 피해를 호소했고, 조덕제는 영화에서 하차했다.
◇ 조덕제는 성추행 가해자인가, 무고한 피해자인가
사진=CJ E&M
조덕제가 감독의 디렉션을 받고 과하게 연기했다고 가정하기는 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해당 영화는 15세 관람과의 멜로/로맨스 영화이지만, 극중 조덕제가 맡은 역할은 아내를 상습 폭행하는 폭력남편이다. 문제의 장면은 조덕제가 연기하는 폭력남편이 폭행과 함께 아내를 겁탈하는 장면으로, 실제 대본에 적시된 장면 설명에 따르면 ‘기승이 새벽에 만취한 상태로 집에 들어온다. 화장을 하고 나가는 아내와 마주쳤다. 기승은 아내를 폭행하며 성관계를 가진다. 아내의 비참한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적혀 있다.
저예산 영화인 이 영화는 제작비 문제로 촬영감독이 카메라를 들고 배우들의 움직임에 맞춰서 찍는 방식인 ‘핸드핼드 롱테이크’ 촬영으로 진행됐다. 사전 리허설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문제의 장면은 첫 촬영이었다. 이는 한 번 NG가 난다면 촬영을 다시 진행하기 불가능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시 촬영하기 힘들다는 점은 조덕제와 여배우A 둘 다에게 부담으로 작용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1심에서는 “조덕제의 행위가 ‘예술을 빙자한 추행’인지, ‘배역에 몰입한 연기’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단순히 상대 여배우의 진술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다. 영화 전체의 스토리, 촬영 당시의 분위기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했으며, 2심에서는 “감독이 가슴을 움켜잡는 시늉을 하면서 마음대로 하라고 지시했다. 직접적으로 가슴을 만지고 바지 속에 손을 넣으라고 하지 않았다. 해당 씬은 얼굴 위주라고 말하고 있어 연기지시에 충실히 따른 것이라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조덕제는 해당 논란에 대해 “감독의 디렉션대로 주어진 상황에 맞게 연기했을 뿐, 고의적으로 여배우에게 성추행을 하지 않았다. 나보다 어린 배우가 어쨌거나 부담스러운 씬을 촬영하며 겪을 심적 예민함을 고려해 미안하다고 사과했지만 그것이 나의 추행 혐의를 인정한 것은 아니었다”고 호소했다.
여배우 A씨 역시 “나는 현장 애드리브와 상대 배우의 우발적 추행을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경력이 적은 신인 배우가 아니다. 충분히 그 차이를 인정하고 있었고 당시 그(조덕제)의 행위는 명백한 강제 추행이었다”며 “나는 잃을 게 많다. 단지 기분이 나빠서 이 같은 일을 벌이지 않는다. 예술이라는 명백 하에 이 같은 성추행에 면죄부를 줘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다.
◇ 치열한 배우들, 그리고 침묵을 지키고 있는 감독
사진=결결엔터테인먼트
메이킹 영상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다분하고, 여배우A 측 역시 “연기 중에 벌어지는 배우간의 구체적인 일은 알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는 입장이다. ‘조덕제 성추행 논란’이 커지자, 세간에서는 조덕제에게 ‘성추행 연기’에 대한 디렉션을 한 장본인이자, 유일한 증거이자 문제의 장면을 촬영한 감독 또한 나서야 할 때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조덕제와 여배우A를 제외하고 사건에 대해 말해줄 사람은 현장에 있었던 감독이 유일하다.상황이 이렇게 된 가운데, 사람들은 여배우A에게 “현장에서 촬영 중 일어난 사건과 관련해서 연기를 한 조덕제만 고소하고, 그에게 지시를 내림과 동시에 사건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감독에 대해서는 완전히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느냐”고 질문하고 있다.
이 같은 질문에 여배우A 측은 지난 24일 서울지방변호사 광화문 조정래 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단은 해당 사건에만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단 촬영 중 일어난 사건 자체에만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감독 관련 부분은 배제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추후 면밀히 사건을 검토하고 증명해나가는 과정에서 관련된 문제가 존재한다면 추가적인 논의를 통해 문제 제기를 할 생각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사건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감독을 고소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감독은 앞서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양 측의 입장이 알려지면 자신의 생각을 밝히겠다고 전한 바 있다. 조덕제와 여배우A는 각자의 입장을 밝혔다. 이제 남은 건 ‘컷’ 사인을 내린 감독의 입장 발표이다. 과연 감독은 계속 침묵을 지킬까, 아니면 또 다른 입장을 밝힐 것인가.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