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채비’(감독 조영준) 언론배급시사회가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조영준 감독을 비롯해 배우 고두심, 김성균, 유선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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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조영준 감독은 한 다큐멘터리에서 작품의 영감을 받았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4~5년 전 50세 지적장애를 가진 아들을 혼자 돌보는 80세 노모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봤다”며 “어머니가 마지막에 아들에게 영상편지를 남기는데 ‘그동안 정말 행복하고 재미있었다’고 이야기하시더라”며 “비관적인 상황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머니의 눈빛에서 긍정을 보고 모자의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해서 시나리오를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억척스럽지만 푸근한, 자식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애순 역의 고두심은 “지적장애 아들을 가진 어머니를 연기했다. 같은 어머니여도 아픔을 가진 자식을 가진 어머니의 입장에서는 배로 힘든 게 있지 않겠나”며 “그런 점에서 신경을 썼다. 성균씨와 호흡이 잘 맞아서 잘 마칠 수 있었다”고 연기적으로 신경 쓴 부분에 대해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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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어 “영화적으로 재미있는 장면도 만들어야 되는데 혹시나 우리가 웃자고 만들었다가 실례가 될까 고민이 있었다. 그 이후에는 다 재미있게 찍었던 것 같다”며 “감독님과 같이 다큐 영상을 많이 봤다. 복지관에 가서 그 분들을 실제로 만나고 많이 관찰했다”고 그동안의 노력을 덧붙였다.
유선은 애순의 딸이자 인규의 누나 문경으로 분했다. 엄마의 관심이 거의 동생에게만 향하다보니 다소 삐딱하고 툴툴대기도 하는 역할. 이에 대해 유선은 “감독님과 사전에 이야기를 하는데, 장례식장에서 문경이 정말 많이 울 것 같더라. 엄마의 사랑을 많이 못 받지 않았나”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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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배우 모두 ‘채비’ 속 역할에 완벽히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은 캐스팅 단계부터 심혈을 기울인 감독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 조영준 감독은 “애순은 강인하고 씩씩하지만 그 안에 인간으로서 갖고 있는 여린 면모, 살고자 하는 욕망, 행복해지고 싶은 욕심이 다양하게 섞여있는 엄마다. 무조건 지고지순하고 강인하기만 한 엄마는 아니다. 선생님에게 다양한 엄마의 느낌이 있을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고두심을 캐스팅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김성균 배우는 다양한 드라마에서 나이에 상관없이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줬다. 지적장애인의 특징이 여과 없이 자기 의사를 표현하고 즉흥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그런 부분을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며 “문경이라는 캐릭터는 둘 밖에 모르는 모자의 사이에서 소외되고 외로움을 느낀다. 유선 배우가 외적으로 보이는 차가움과 공격성, 안에 숨어 있는 상처가 잘 표현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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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조영준 감독은 “많이 추워지고 있다. 온가족이 가슴 따뜻하게 볼 수 있는 영화다”라고 작품에 대한 기대를 당부했다. 이어 유선은 “정말 슬프고 울 것 같다는 기대감을 가지시는 것 같다. 울리기 위해 만든 영화는 아니다. 슬프기 위해 작정하지도 않았다”며 “여러분들의 마음을 힐링시키고 가족의 정을 잔잔하게 전달하려는 영화다. 극장가에 이런 착한 영화들이 섞여서 자극적인 영화 풍토가 부드러워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마무리했다.
한편 ‘채비’는 오는 11월 9일 개봉한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