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혁신 분야 전문가인 매튜 르메르(사진) ‘피프스 이라(Fifth Era)’ 대표는 지난 26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업이 혁신하려면 외부로 눈을 돌려 기술력이 있는 벤처기업들을 인수하는 개방성과 역동성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이날 한국생산성본부가 창립 60주년을 맞아 르메르디앙 서울에서 개최한 ‘4차산업혁명과 생산성의 미래’ 컨퍼런스의 기조연설을 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르메르 대표는 기업의 생산성과 혁신을 연구하는 전문가이자 실리콘밸리의 엔젤 투자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최근 알파벳·구글·아마존·애플·페이스북·MS 소프트 등 5개 기업의 혁신 사례를 분석해 발간한 책 ‘다섯 번째 시대의 기업 혁신(Corporate Innovation in the Fifth Era)’은 글로벌 벤처 투자가와 기업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르메르 대표는 “과거만 해도 많은 대기업들이 자체 실험실과 연구소를 갖추고 새로운 기술을 내부에서 발굴하려고 했다”며 “하지만 최근 애플과 구글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앞으로 기업의 새로운 혁신은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가져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이 혁신과 성장을 위해서라면 기술력이 뛰어난 중소 벤처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은 대기업들이 외부에서 혁신을 찾는 노력을 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기 때문에 실리콘밸리에서 엑시트에 성공한 스타트업의 85%가 M&A를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국내의 경우 대부분의 스타트 업들이 기업공개(IPO) 외에 마땅한 자금 회수 시장이 없어 엔젤 투자자의 자금이 제대로 돌지 못하는 것과 대비된다.
르메르 대표는 한국에서 혁신적인 기업가가 나오려면 엔젤투자자의 숫자와 투자액이 지금보다 10배 이상은 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과거 모니터그룹(Monitor Group) 재직 당시 파트너로 함께한 마이클 유진 포터 교수의 ‘혁신 클러스터’ 이론을 소개하며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페이스북을 설립한 마크 주크버그와 같은 기술 기업가와 초기에 이들에게 자금을 대주는 엔젤투자자들”이라고 분석했다. 르메르 대표는 “이들 간에 활발한 상호 작용이 이뤄져야 혁신 생태계도 발전할 수 있다”며 “미국 실리콘밸리에는 초기 엔젤투자자 숫자만 30만명이 있고 제2의 주크버그를 꿈꾸는 기술 기업가들도 10만명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한국을 포함한 대다수 국가들은 바로 이 부분이 아킬레스 건”이라고 지적했다.
르메르 대표는 “한국에는 우수한 대학과 연구기관, 삼성과 같은 글로벌 기업 등이 있어 혁신을 위한 인프라는 잘 갖춰져 있다”며 “결국 한국 정부가 혁신적인 기술을 보유한 기업가들에게 투자금이 제대로 흘러 들어가고 뛰어난 혁신 기업가들이 한국으로 몰려 들 수 있도록 환경과 제도를 정비해 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생산성본부 주최 컨퍼런스에는 일본, 싱가포르, 베트남, 태국 등 아시아 20개국 차관급 공무원 및 생산성 전문가 65명을 비롯해 국내 기업과 공공단체 대표 및 임원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중요한 생산성의 요소를 공유하고, 기술 후발 주자인 우리나라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