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와이즈먼 "다양한 생명 복원된 DMZ…인간 없는 세월이 만들어 낸 기적"

<'인구쇼크' 경고한 환경 저널리스트 앨런 와이즈먼 인터뷰>
인구 팽창에 지구 환경오염 몸살
獨선 곤충 개체수 최근 75% 급감
저출산, 전인류에 축복 안길 것
여성 교육확대·사회진출 독려를

‘인구쇼크’ ‘인간 없는 세상’ ‘생태공동체 가비오타스’의 저자 앨런 와이즈먼이 27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서은영기자


“여성 교육 확대와 사회 진출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최고의 선택입니다. 고학력 여성들이 아이를 덜 낳는 것은 인류에게 축복이 될 겁니다.”

한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선 매일 같이 저출산 대책이 쏟아지고 고령화가 가져올 저성장의 암울한 미래를 점친다. 이 가운데 이 같은 저출산이 인류에 축복이 될 것이라는 전망은 다소 기괴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평균 4.5일마다 100만 명, 연간 8000만 명씩 불어나는 인구가 결국 인류의 파멸을 이끌 것이라는 앨런 와이즈먼 전 애리조나대학교 국제저널리즘학 교수의 경고는 그의 책 ‘인간 없는 세상’(이하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인구쇼크’ 등이 국내에 소개될 때마다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그는 무턱대고 경고만 늘어놓는 비관론자가 아니다. ‘인간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그는 전 세계를 돌며 인구 팽창으로 인한 환경 오염과 화학 중독 문제를 지적하고 인간들이 자연에 남긴 발자취를 지워나가자고 주장한다. 27일 서울 종로의 한 호텔에서 만난 와이즈먼 전 교수는 “인류에게는 스스로 개체 수를 줄이거나 다 같이 멸망하는 것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다”는 무시무시한 경고로 운을 뗐다.

그는 인간 개체 수 증가가 생태계를 파괴한다고 경고한다. 와이즈먼은 “인구 팽창으로 식량 생산을 증대하면서 더 많은 화학비료를 쓰고 이 화학비료가 동물이나 곤충을 멸종시키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최근 독일에서는 곤충 개체 수가 75%나 줄었다는 보도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에너지 과잉 소비에 따른 온난화와 기후변화 역시 근본적인 원인은 인구 팽창에 있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최근 고령사회로 공식 진입하며 인구 감소에 따른 저성장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한국에 대해선 오히려 균형점을 찾아가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인구 감소로 노동력이 줄어들면 노동의 가치는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인구 감소로 환경이 개선되는 데서 나아가 인간의 가치가 올라가니 일석이조”라고 분석했다.

그가 취재를 통해 파악한 지구의 적정 인구수는 15억~20억명. 70억명에 육박하는 현재 세계 인구를 절반 이상 줄여야 하는 것이다. 다음 세기 인구가 100억명으로 팽창하는 대신 적정 인구수를 유지하기 위해 그가 내놓는 해법은 여성 교육 확대다. 와이즈먼은 “교육받은 여성은 출산 이외에 삶에서 중요한 것들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다”며 “결혼 전에 자녀 양육비용이 얼마나 많이 드는지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도 말했다.

저자는 ‘생태공동체 가비오타스 이야기’를 통해 나무 한 그루도 자라지 못하던 척박한 땅이 생태공동체 마을로 재탄생한 과정을 생생하게 소개했다. 또 ‘인간 없는 세상’에서는 인류가 사라진 지구의 풍경을 현실적으로 그려내기도 했다. 그는 “세계 곳곳에 적정인구수를 유지하며 식량과 에너지를 자급자족하는 가비오타스 모델이 정착하면 인류는 과학기술의 발전을 이롭게 활용하면서 자연과 공존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태양열, 풍력 등을 활용해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지만 여전히 석유산업의 영향력과 로비력이 막강해 혁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가비오타스에 못지않게, 20년간 와이즈먼이 관심 두고 있는 지역은 비무장지대(DMZ)다. 그는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인 평강고원 일대에서 진행하는 대규모 국제 협업 프로젝트의 진행상황을 공유하기 위해 방한했다. 저자의 책들이 ‘대지를 꿈꾸며’(Dreaming of Earth)라는 주제로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한 설치미술가 최재은 작가에게 영감을 줬다고 한다. 일본 건축가 반 시게루, 건축가 승효상·조민석, 현대미술가 이불, 뇌과학자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이 협업에 팔을 걷고 나섰다. 남북 분단을 상징하는 철원지역 비무장지대가 역설적으로 생태계 보존지역이 됐다는 사실에 착안해 갈등과 분단을 생명의 힘으로 극복하자는 의미를 담아 DMZ에 남북을 연결하는 15km 공중정원, 통로, 정자·종자은행, 지식은행 등을 설치하기로 했다. 물론 프로젝트가 진행되기 위해서는 남북 긴장이 완화돼야 하고 전세계의 공감대 형성도 필수다. 와이즈먼은 해외에 이 프로젝트를 알리는데 적극 나서기로 했다. 조만간 LA타임즈에도 프로젝트를 소개할 계획이다.

그는 “다양한 생명체가 복원된 자연 서식지 DMZ는 인간이 없는 50년 세월이 빚어낸 기적”이라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전 세계가 DMZ와 평화적·생태적 삶에 주목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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