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회생법원 법인회생2부(정준영 수석부장판사)은 한일건설이 제출한 회생절차 종결신청을 27일 인가했다. 이로써 한일건설은 올해 3월 회생절차를 개시한 이래 약 8개월만에 법원 문을 나서게 됐다. 시공능력평가 기준 국내 88위의 한일건설은 2013년 회생절차를 한 번 밟으면서 한일시멘트 계열에서 분리돼 신한은행 등 채권단 손으로 넘어갔다. 이 회사는 2015년 1차 회생절차를 졸업했지만 리비아 내전으로 현지 주택공사가 지연되면서 재무상태가 악화해 올해 다시 법원 문을 두드렸다.
서울회생법원과 매각주간사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은 한일건설에 대해 스토킹 호스(stalking-horse) M&A 방식을 적용했다. 인수자는 고려제강이 설립한 베라체홀딩스로 매각가는 약 270억원이다. 영미권에서 주로 활용하는 스토킹 호스는 회생 기업의 신속한 매각을 위해 법원이 올해 적극 도입한 M&A 기법이다. 매각 대상 기업에 대해 매수자와 수의계약을 먼저 체결한 뒤 매매가격에 계약 해지 보상금 등을 더한 금액을 최저가로 하는 공개 경쟁입찰을 진행하는 구조다. 공개 입찰에서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한 곳이 있으면 계약 상대가 바뀌면서 원 매수자는 보상금을 받고, 그렇지 않으면 수의계약이 확정된다. 서울회생법원은 현진·STX건설·한국금융플랫폼·송인서적·제주컨트리클럽 등의 매각에 스토킹 호스 M&A를 적용했다.
법원은 한일건설을 원 매수자인 고려제강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며 성공적으로 거래를 마무리한 스토킹 호스 M&A 사례로 평가했다. 최종 매각가가 고려제강이 수의계약을 맺을 때보다 100억원 이상 뛰어 채권단에게도 이익이 돌아가고 회생절차를 조기에 종결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법원 관계자는 “공개 입찰 때 후순위 매수 의향자가 고려제강이 제시한 매각가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하자 고려제강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경쟁자가 써낸 가격대로 한일건설을 우선 매수했다”며 “고려제강은 매수가격 250억원에 후순위 매수 의향자에 보전해줄 실사 비용(토핑피·Topping fee) 등을 더해 총 270억원을 쏟아부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정하면서도 모두에 이익이 되는 방식으로 매듭지은 스토킹 호스 M&A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