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내리니...활기 도는 압구정 로데오

'착한 임대료' 정책 입소문 타며
공실줄고 상권도 점차 활성화
구청 격주 문화행사 개최 한몫
유동인구는 여전히 많지 않아
명성 되찾을지는 아직 미지수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에서 시민들이 문화공연 행사를 즐기고 있다. /사진제공=강남구
“얼마 전 한 유명 연예인이 로데오거리의 건물을 매입했어요.” 서울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에서 부동산 공인중개소를 운영하는 김모씨의 표정에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서울시 강남구와 지역상인·건물주들이 힘을 합쳐 임대료 인하와 문화공연 개최 등 상권 활성화에 힘을 쏟으면서 로데오거리 상권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5일 압구정 로데오 메인 거리 곳곳에는 ‘임대문의’ 광고가 붙은 공실이 많았지만 개업 준비를 위해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상가도 종종 눈에 띄었다. 2009년부터 신사동 가로수길에 밀려 공실만 늘어나던 과거의 로데오거리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모습이다.

상권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최근 투자도 늘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전문회사인 NAI프라퍼트리에 따르면 2014년 3건에 불과했던 990㎡ 이하 ‘꼬마빌딩’ 매매거래는 올 상반기에만 10건으로 급증했다. 유명인의 투자도 잇따랐다. 영화배우 강수연씨는 로데오거리에 자리한 빌딩을 매입했고 개그맨 정준하씨도 이곳에서 식당 창업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인근 건물주들이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인하하는 ‘착한 임대료’ 정책이 입소문을 타면서 임대 상인들이 속속 몰려들고 있다. 실제 로데오거리에 있는 한 빌딩의 1층 전체 임대료는 1,800만원에서 800만원으로 또 다른 건물의 임대료도 700만원에서 350만원으로 각각 낮아졌다.


박종록 압구정로데오 상권활성화추진위원회장은 “공실로 그냥 두는 것과 임대료를 낮춰서 받는 것이 큰 차이가 없으니 임대료를 낮춰 상권을 살려보자는 건물주와 상인들의 뜻이 맞았다”며 “건물주와 임차인 모두 만족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낮은 가격에 건물을 임대한 한 상인은 “예전에도 이곳에서 장사를 했는데 과거라면 생각하지도 못했을 임대료”라고 반색했다.

강남구가 6월부터 주말에 격주로 문화공연 행사인 ‘로데오 윙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이곳을 찾는 시민들도 조금씩 늘고 있다. 옷가게에서 일하는 한 점원은 “주말에 행사가 있을 때는 로데오거리 초입부터 사람들로 북적인다”며 “행사 이후 주변 식당에도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19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로데오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우인기자
하지만 로데오거리가 젊은이의 거리로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착한 임대료’ 참여율은 로데오거리 건물주의 절반 정도에 그치고 있다. 행사 때만 사람이 몰릴 뿐 여전히 메인 거리에 유동인구가 많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일대 건물 땅값이 워낙 비싸다 보니 임대료를 낮춰도 비싼 편이고 무엇보다 유동인구가 적다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귀띔했다.

김부재 압구정동 주민센터 행정팀장은 “유동인구를 끌어들이기 위해 로데오거리만의 특색을 갖추는 방안을 상인들과 꾸준히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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