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현(왼쪽부터)과 김지현, 이정은이 27일 제주 서귀포시 핀크스GC에서 열린 SK핀크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1라운드 18번홀에서 차례로 페어웨이 쪽으로 걸어가고 있다. 이승현은 “편한 마음으로 치려고 했는데 다들 너무 집중하는 분위기여서 저도 더 집중하면서 치게 됐다”는 말로 우승 후보끼리의 치열했던 탐색전 분위기를 전했다. /서귀포=권욱기자
상금랭킹 1위 이정은(21·토니모리)과 2위 김지현(26·한화), 그리고 디펜딩 챔피언 이승현(26·NH투자증권). ‘빅3’의 환상적인 샷 대결로 첫날부터 제주 그린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27일 제주 서귀포의 핀크스GC(파72·6,489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SK핀크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총상금 6억원) 1라운드.
10번홀(파5)에서 경기를 시작한 이들의 힘겨루기는 김지현의 첫 홀 버디로 시작됐다. 김지현은 세 번째 샷을 홀 한 뼘 거리에 붙인 뒤 가볍게 홀에 집어넣었다. 이어진 11번홀(파4)에서는 이에 뒤질세라 이승현이 두 번째 샷을 비슷한 거리에 딱 붙여 버디로 응수했다. 3개 홀에서 버디 기회를 아쉽게 놓친 이정은은 13번홀(파4)에서 3m 퍼트를 성공시켜 보조를 맞췄다.
긴장감마저 감돌았던 이날 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둔 주인공은 타이틀 방어에 나선 이승현이었다. 이승현은 정교한 아이언 샷에다 장기인 퍼트가 살아나면서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를 뽑아내는 깔끔한 경기를 펼쳤다. 첫날 성적은 6언더파 66타로 공동 2위. 단독 선두에 나선 이효린(20·미래에셋·7언더파)과는 1타 차다. 지난해 이 대회 최종일 마지막 홀에서 12m 버디 퍼트로 우승을 확정했던 이승현은 이로써 이 대회 사상 첫 2년 연속 우승 전망을 밝혔다. 올해로 10회를 맞은 이 대회에서는 그동안 2연패 기록이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2승자도 지난 2008년과 2011년 우승컵을 들어 올린 김하늘(29)이 유일했다.
전반에 2타를 줄인 이승현은 후반 들어 버디 행진을 펼쳤다. 2번홀(파3)에서 2m 퍼트를 홀에 떨궜고 5번(파3)과 6번홀(파4)에서 연속으로 1m 버디를 잡았을 만큼 아이언 샷이 날카로웠다. 7번홀(파4)에서는 티샷을 벙커에 빠뜨렸으나 75m 세 번째 샷을 홀 3m에 올려 파를 지킨 뒤 8번홀(파4)에서 버디를 보탰다.
시즌 4승을 거둔 ‘대세’ 이정은도 5언더파를 몰아치며 순항을 시작했다. 이미 KLPGA 대상 포인트 1위를 확정한 이정은은 이번 대회에서 1억2,000만원의 우승상금을 보태면 상금왕 타이틀도 확정할 수 있다. 18개 홀에서 한 번도 그린을 놓치지 않은 빼어난 샷 감각을 보인 이정은은 보기 없이 버디 5개를 잡았다. 김지현은 2타를 줄여 공동 47위로 첫날을 마쳤다.
첫날 순위표 맨 윗줄은 정규투어 2년 차 이효린의 차지였다. 이효린은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를 뽑아내는 맹타를 휘둘러 바람 없이 화창했던 코스에서 ‘깜짝 돌풍’을 일으켰다. 7언더파 65타는 핀크스GC의 코스레코드(코스 최소타 기록)다. 현재 상금순위 60위에 머물러 시드 유지에 비상이 걸린 이효린은 위기 탈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해 정규투어에 데뷔한 이효린은 7월 카이도 여자오픈에서 기록한 7위가 이번 시즌 가장 좋았던 성적이다. 이효린은 “시드전에 임한다는 각오로 쳤더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면서 “첫날 경기는 모두 잊어버리고 마지막까지 같은 각오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긴장을 풀지 않았다.
김혜선과 이선화, 아마추어 홍예은이 이승현과 나란히 1타 차 공동 2위 그룹을 이뤘고 2012년 이 대회 챔피언 이정민을 비롯해 ‘슈퍼 여고생’ 최혜진 등 9명이 공동 6위(5언더파)에 몰렸다. 이날 출전선수 108명 중 83명이 언더파 스코어를 제출하는 ‘버디 파티’가 펼쳐졌다.
/서귀포=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