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인터뷰①] 더 라즈, "역시 김형석, 우리의 생각을 모두 꿰뚫고 계시더라"

보컬 1명에 프로듀서 2명으로 이루어진 그룹 더 라즈(김기범, 와이닉, 싸이져). 흔히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멤버 구성이라는 질문에 그제서야 ‘헉’ 소리가 절로 나왔다 말할 만큼, 음악을 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만을 바라보고 결성된 팀이다.

/사진=유어썸머
“독특한 구조라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세 사람 모두 자기만의 음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할 때 쯤 서로를 만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팀이 결성됐어요. 처음에는 제가 싸이져 형, 와이닉 형과 각각 작업을 하다가 이렇게 해서는 진전이 없을 것 같아서 두 사람을 만나게 했죠. 프로듀서 한 명씩 돌아가면서 곡을 내다보면 정기적으로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실용적인 목적에서 시작하게 된 이유가 가장 커요”(김기범)

“철저한 전략 하에 만들어진 게 아니라, 정말 음악을 하다보니 이렇게 팀이 완성이 됐어요. 조금은 우발적으로 만들어 진 팀이에요”(와이닉)

당초 계획은 ‘월간 윤종신’처럼 매달 한 장의 앨범을 발표하는 것이었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세 멤버들의 집이 거리가 멀었던 이유도 있었고, 자본력을 포함한 그 외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러한 요인 속에서도 더 라즈는 2016년 9월 첫 싱글 ‘포겟 어바웃(Forget about)’을 시작으로 ‘러브 이즈 블라인드(Love Is Blind)’, ‘쉼표’, ‘폴인(Fallin)’, ‘바이 바이(Bye Bye)’까지 총 다섯 장의 앨범을 발표하며 더 라즈라는 이름을 알렸다.

계속해서 멤버들에게 떠오르는 모티브를 공유하며 곡을 만드는 싸이져와 이쯤 되면 들려줘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절대 음악을 들려주지 않는다는 와이닉의 상반된 작업방식처럼 더 라즈의 음악 역시 희소성과 대중성의 접점에 서 있었다.

그 가운데, 더 라즈는 네이버뮤직 ‘히든트랙넘버브이’에서 5월의 뮤지션으로 선정되면서 한 번의 전환점을 맞는다. 오랫동안 국내를 대표하는 작곡가로 손꼽혀온 김형석이 더 라즈에게 먼저 곡 작업을 제안한 것.

이를 통해 더 라즈는 ‘잠금해제라이브’까지 선보일 수 있었고, 팀 이름과 음악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무엇보다 그들에게 김형석이라는 이름은 그야말로 큰 산과 같았다.


“김형석 PD님은 마치 음악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없는 분 같았어요. 저희가 어떤 얘기를 해도 답을 다 알고 계시고, 저희들의 생각과 반응까지 모두 그리고 계시더라고요. 저희끼리 이런 느낌으로 방향을 잡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했던 해외 팀들이 몇 팀 있는데, 김형석 PD님이 그 가수들을 콕 찝어서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정말 너무 놀랐어요”(김기범)

“김형석 PD님은 저에게는 롤모델에 가까운 분이에요. 아직은 제 음악 수준이 높지 않지만 언젠가 저 스스로 누군가에게 자신 있게 이야기 할 만한 작업물이 생기면 꼭 한 번 같이 PD님과 작업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와이닉)

/사진=유어썸머
그 과정에서 탄생한 곡이 바로 ‘바이 바이’다. 더 라즈는 ‘잠금해제라이브’에서 공개했던 버전을 재편곡 해 지난 9월 28일 새롭게 선보였다. 예상보다 발표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에 대해 묻자 더 라즈는 현재의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겪었던 치열한 싸움에 대해 이야기 했다.

“처음에 나온 곡은 짧은 시간 안에 새로운 노래를 만들고, 라이브 연주까지 해야하다보니 앨범 발매를 하기에는 완성도가 떨어졌어요. 그래서 편곡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는데 저는 다운 템포의 느린 노래를 원했고, 싸이져 형은 원곡처럼 발랄한 분위기는 유지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으로 나뉘었어요. 편곡 방향에 대해서 계속 싸우다보니 지금으로 미뤄지게 됐어요. 사실 한 명이라도 ‘이게 아닌 것 같은데’라는 마음이 들면 안 되잖아요. 모두가 만족할 때까지 부딪치고 싸우는 게 맞는 것 같아요”(김기범)

“물론 음악의 색깔은 편곡이나 곡 자체의 분위기도 한 몫 하겠지만 저는 보컬이 가지고 가는 부분이 80% 이상이라고 봐요. 그래서 저는 그게 어떤 분위기가 됐든 기범이가 원하는 걸 해주려고 하는 편이에요. 멤버들끼리 많은 상의를 했고, 그 가운데서 나온 절충안이 바로 이번 신곡이에요”(와이닉)

한 곡 한 곡 치열하게 만든 만큼,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곡이 없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 더 라즈는 가장 애착이 가는 노래로 각각 ‘폴인’과 ‘러브 이즈 블라인드’를 꼽았다. 노래를 만들 당시에 맞물린 현실 상황 때문에 더욱 기억이 많이 남는다고.

“‘폴인’을 사랑 노래로 쓰자고 했던 건 저였지만, 당시에 주변에 안 좋은 일도 있었고 사랑 때문에 마음이 힘들다보니 이 노래를 부르기가 힘들더라고요. 가사 중에 ‘내게 다가온 선물 같아’라는 부분이 있는데, 마지막에는 이걸 ‘다시 찾아온 계절 같아’로 바꿨어요. 애매한 표현이지만 일부러 그렇게 바꿨죠. 녹음된 걸 들으니까 제 부르는 감성도 사랑에 빠지는 느낌이 아니더라고요. 감성적으로 공이 들어간 노래라 애착이 가요”(김기범)

“조금씩 곡에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러브 이즈 블라인드’가 가장 애착이 가요. 이 곡을 만들 때 저 역시 여자친구와 헤어지면서 힘들었던 시기를 보냈어요. 당시의 힘들었던 제 마음이나 그 사람에게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이 곡에 많이 담겨있죠”(와이닉)

“‘러브 이즈 블라인드’는 정말 고생하면서 만들었어요. 당시에 저희가 금전적으로 풍부하지 못했을 때라 여기저기 작업실을 전전하면서 가이드 녹음을 했거든요. 한 번은 둘이 같이 앉기도 힘들만큼 한 평 남짓한 좁은 공간에서 겨우겨우 녹음한 적도 있고요. 그렇게 어렵게 작업을 해왔는데 조금씩 그런 환경도 나아지는 걸 보면서 신기할 때가 많아요”(김기범)

/서경스타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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