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지원 '4대보험료 깎아주기' 도입

사업주가 현금 대신 선택 가능...주고받는 번거로움 덜어
'재정으로 인건비 지원하는 정책' 논란도 일부 피할 듯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지원금을 받는 사업주는 현금 대신 4대 보험료를 경감하는 방식도 고를 수 있다. 신청만 하면 자동으로 깎인 보험료가 부과되므로 별도 계좌로 받는 번거로움도 없어지고 정부도 일을 덜 수 있다. ‘재정으로 인건비를 지원하는 유례없는 정책’이라는 비판을 누그러뜨릴 탈출구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29일 “사업주가 원할 경우 최저임금 인상분 현금지급 대신 사회보험료 상계를 선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16.4% 오른 시급 7,530원이다. 예년보다 인상률이 두 배 이상 가팔라 중소기업·소상공인의 경영 부담이 커진다는 우려에 정부는 근로자 1명에 대해 월 최대 13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애초 사업주가 근로복지공단 등에 지원금을 신청하면 계좌이체로 현금을 지급할 계획이었지만 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산재보험 등 4대 보험료에서 13만원을 깎는(상계) 방식도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사회보험 가입자는 이미 시스템에 들어와 있기 때문에 (상계를 선택하면) 사업주도 번거롭지 않고 행정도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내년 최저임금 인상분 지원을 위해 근로복지공단에 정규직 150명을 포함한 전담인력 800여명을 새로 뽑을 계획이다. 또 국민연금과 건강보험공단 각 지사에서도 지원금 신청을 받도록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처럼 전달체계를 구축하는 데만 적잖은 인력과 비용이 들어가는데 상계 방식이 대폭 확산되면 이런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

다만 사회보험료 상계 방식은 어디까지나 보조수단으로만 활용한다. 고용·산재보험 가입 대상에서 빠져 있는 5인 미만 농림어업 개인사업자 등은 보험료 상계 방식을 이용할 수 없어서다. 또 사회보험료가 13만원을 밑돌 경우에는 상계 후 남은 돈을 다시 현금으로 줘야 해 일을 두 번 하게 되므로 애초에 현금을 지급하는 게 낫다. 실제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전체 근로자의 고용·건강·연금·산재보험 가입률은 각각 90.7%, 89.7%, 90.1%, 98.1%지만 영세사업장이 많은 숙박 및 음식점업 가입률은 각각 68.9%, 62.4%, 63.4%, 94%로 편차가 크다.

사업주에게 줄 최저임금 지원금 3조원을 마련한 정부는 줄곧 ‘재정으로 인건비를 지원하는 근거가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사회보험료 상계 방식은 정부의 고민을 일부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부가 인건비를 직접 지원한 전례가 없는 반면 사회보험료를 지원하는 두루누리사업(10명 미만 사업장에 고용·연금보험 일부 지원)은 이미 시행 중이다. 또 프랑스와 미국도 최저임금 인상 시 사회보험료를 깎거나 조세를 감면했다. 정부 관계자는 “논리를 따지기보다는 같은 금액을 지원할 때 더 편하고 합리적인 방법을 찾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세종=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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