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업이 진행 중인 야차이 신도시 전경. 야차이 대학 캠퍼스 내 강의동, 행정동 등 일부 건물들은 공사가 진행 중이다. /사진제공=청해엔지니어링
지구 반대편 남미대륙의 에콰도르는 아직 한국에는 낯선 나라다. 그 곳 에콰도르 수도 키토에서 북쪽으로 70여km 떨어진 면적 666만 8,142㎡의 광활한 대지 위에서 한국의 송도신도시를 모델로 삼은 신도시 개발사업이 우리의 기술로 진행되고 있다. 2006년 1월 연세대학교와 인천광역시 간 협약 체결을 계기로 시작돼 연세대 송도 국제캠퍼스가 중심이 된 송도국제화복합단지 개발사업처럼 에콰도르 야차이(Yachay) 신도시 개발사업 역시 국립 야차이 대학을 중심으로 개발이 이뤄진다.
이 사업은 한국기업인 청해엔지니어링이 에콰도르 정부 산하 기관인 육군본부공병단과 합작 법인을 설립해 진행하고 있다. 에콰도르에서는 정부가 발주하는 모든 공사 업무를 육군본부공병단이 관리한다. 국내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인 청해엔지니어링이 먼 남미의 에콰도르에서 정부와 함께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국의 교육열, 경제 발전 사례와 연결돼 있다.
송도 개발사업 참여 계기로 에콰도르 정부와 인연
한국 교육열·경제발전 모델 앞세워 합작사업 탄력
연세대 국제캠퍼스처럼 야차이에도 대학중심 설계
경제특구 지정·스마트시티 기술 등 송도모델 이식
◇ 송도 개발사업 참여 계기 에콰도르 정부 합작 법인 설립 = 2010년 한국을 방문한 라파엘 코레아 당시 에콰도르 대통령은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경제학자로서 한국의 경제 발전 사례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한국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높은 교육열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교육을 바탕으로 한 도시개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인천을 찾았다. 그런 조건에 해당되는 곳이 바로 인천의 송도국제화복합단지였던 것.
송도국제화복합단지 개발사업의 초기부터 참여했던 업체가 바로 청해엔지니어링이다. 덕분에 김영준 청해엔지니어링 대표는 송영길 당시 인천시장과 함께 송도개발사업을 대표하는 기업인 자격으로 코레아 대통령을 만났다. 송도개발사업에 대한 김 대표의 설명을 듣고 에콰도르로 돌아간 코레아 대통령은 송도 같은 지식 기반 신도시개발사업 추진을 결심했다. 이후 한국의 기술 및 건설사업 모델을 에콰도르에 접목시키기 위해 청해엔지니어링과 육군본부공병단의 합작 법인 설립을 지시했다.
청해엔지니어링은 에콰도르 정부가 2013년 5월 합작 법인 설립을 위한 국제 입찰 공고를 낸 지 불과 2개월 만인 7월 육군본부공병단에서 전략적 파트너 선정 통보를 받았다. 그 해 11월 자본금 150만 달러에 육군본부공병단이 51%, 청해엔지니어링이 49%의 지분을 각각 보유한 합작 법인이 설립됐다. 이듬해 3월 코레아 대통령은 신도시에 지어질 대학 건물의 설계 및 시공을 청해엔지니어링이 주도해서 실시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 대학 중심 도시 개발사업 진행 = 야차이 신도시 개발사업은 국립대학, 연구소, 관공서 등 기반 시설을 짓는 1단계, 주거 상업 업무용 건물 및 도로, 도시인프라를 갖추는 2단계에 이어 산학연 클러스터를 형성해 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야차이대학을 중심으로 연구개발 및 산업단지를 조성해 교육 및 연구개발기능을 바탕으로 행정, 업무, 국제교류, 첨단산업 및 의료복지 등 다양한 도시기능을 갖춘다는 목표다. 이와 함께 경제특구 지정을 통해 외국인 투자도 유치할 계획이다. 이러한 개발이 완료된 후인 2032년에는 일대에 인구 6만 6,000여명이 거주하게 된다. 현재는 1단계 사업이 진행 중이다.
청해엔지니어링은 신도시 개발사업 계획 수립과 함께 1단계 사업의 핵심 시설인 야차이 국립대학의 기초 설계와 시공을 맡아 2014년 6월부터 착공에 들어갔다. 대학 건물은 행정관리동, 연구동, 기술전수동, 강당동 등 5개로 구성되며 지상1~5층 높이에 총 연면적 5만 9,882㎡ 규모로 지어진다. 이 중 기술전수동 2개는 2016년 완공돼 사용되고 있으며 다른 건물들은 공사가 진행 중이다.
야차이 신도시개발사업의 일정은 유가 하락, 새 대통령 당선 등의 영향으로 당초 계획보다 지연되고 있다. 유가 하락은 산유국인 에콰도르 정부의 예산 감소로 이어졌고 지난 5월 레닌 모레노 대통령이 새로 취임한 이후 전임 코레아 대통령 집권 기간에 추진됐던 사업에 대한 검토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최근 2주 동안 에콰도르를 방문해 정부 주요 인사들을 만나 사업 추진 방향에 대해 협의했다. 그는 “지난 9월 모레노 대통령이 야차이 신도시 개발사업 현장을 방문한 이후 다시 사업 추진이 본격화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청해엔지니어링은 야차이 신도시 개발사업 참여를 계기로 에콰도르에서 공항, 항만, 도로 등 사회기반시설 건설 분야로 사업 확대를 추진 중이다.
청해엔지니어링이 2013년 에콰도르 정부와 합작 법인을 설립하고 개발사업을 진행 중인 야차이(Yachay) 신도시의 조감도. /사진제공=청해엔지니어링
◇ 경제특구, 대학 중심 도시 송도와 공통점 = 청해엔지니어링의 야차이 신도시 개발사업 수주 계기가 된 송도국제화복합단지 개발사업은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지구 5·7공구의 총 면적 141만 6,713㎡ 중 2014년 문을 연 연세대 캠퍼스 부지가 61만 702㎡로 가장 큰 비중인 43%를 차지한다. 대학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시설이며 경제특구 지정을 통한 외국인 투자 유치 추진이 야차이 신도시 개발사업과 공통점이다. 청해엔지니어링은 정보통신(IT) 기술을 교통, 건물 등 도시의 주요 기반시설에 적용하는 송도의 ‘스마트시티’ 사업을 에콰도르 정부에 제안해 구체적인 적용 방안에 대한 검토가 진행 중이다. 그 밖에 도로, 공원, 공공청사 등 공공시설용지 49만 6,071㎡(35%), 주거용 공동주택 용지는 16만 427㎡(11.3%), 주상복합 및 상업시설이 들어서는 상업업무시설 용지 14만 9512㎡(10.5%)로 구성된다. 현재 공동주택 용지에는 아파트 및 주상복합단지 3,950가구가 입주했고 일부 남아 있는 상업업무시설 용지를 끝으로 2020년까지 개발이 완료될 예정이다.
인천광역시와 연세대학교, 인천시 산하 공기업들과 KB부동산신탁 등 민간기업들이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 추진하는 송도국제화복합단지 개발사업은 연세대 캠퍼스를 주축으로 연구기관과 주거, 상업시설이 갖춰진 복합단지로 송도를 교육 및 연구 중심지로 개발한다는 목표로 시작됐다. 김 대표는 “2008년부터 참여하고 있는 송도 개발사업은 도시 및 교통 분야의 장기 사업으로서 회사가 성장하는 발판이 됐고 에콰도르 야차이 개발사업은 해외에서 도시계획 전반 분야 사업을 진행한 첫 사례로 에콰도르를 포함한 남미대륙으로 사업 범위를 확대할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