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빙조짐 한중관계] 中 바자회 한국 부스 찾은 왕이 "양국 관계 진전 기대"

노영민 대사와 처음 만나자 "우호의 다리 역할 할 것"
中항공사 제주노선 잇단 재개에 여행사는 韓상품 준비
한국국제학교 바자회는 중단..."섣부른 낙관 경계" 목소리

27일 중국 베이징 공인운동장에서 열린 중국 외교부 주최 국제바자회에서 노영민(왼쪽) 주중대사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악수하며 인사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9일 중국 외교부 주최 행사장에서 이달 새로 부임한 노영민 주중 한국대사와 처음으로 만나 양국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는 등 시진핑 집권 2기 들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경색됐던 한중 관계에 변화 기류가 연일 감지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저가 항공사인 길상항공과 춘추항공이 제주 노선을 재개하기로 하면서 중국의 한국 단체관광 족쇄가 풀릴지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다만 중국 당국이 지난주 말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대규모 한국 자선바자회를 강제로 중단시키는 등 한편으로는 한국 정부와 일종의 신경전을 벌이며 응수타진을 하고 있어 한중 관계를 섣불리 낙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중국 외교부가 베이징에서 주최한 국제 자선바자회에 참석한 노영민 주중 한국대사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처음으로 만났다. 왕 부장은 바자회 행사장에서 한국 부스를 직접 찾아와 노 대사를 만나 인사를 나눈 뒤 “대사가 오신 후로 양국관계가 진전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양국 관계에 우호의 다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노 대사와 만난 뒤 바자회에 참석한 한국 업체 부스 세 곳을 모두 둘러보고 감사 인사를 전했으며 한 화장품 업체의 부스에서는 직접 사진을 찍기도 하는 등 전과 달리 친화적인 모습을 보였다.

양국 관계에 변화 조짐이 나타나면서 중국 여행사와 항공사들은 사드 보복 조치로 뜸해진 중국인 관광객들을 다시 한국으로 보낼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이날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의 저가항공사인 춘추항공은 지난 7월부터 중단한 닝보∼제주 노선 운항을 31일부터 재개할 방침이다. 춘추항공은 또 사드 갈등에도 유지해온 상하이∼제주 노선의 편수 확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저가항공사인 길상항공도 상하이∼제주 노선의 복항 준비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대형 항공사인 동방항공은 11월부터 상하이∼김포 노선 여객기를 기존 180석에서 300석 규모로 늘릴 예정이며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인 씨트립의 경우 홈페이지 등에 7개월 만에 한국 여행 관련 소식을 싣고 한국 단체관광 여행상품 판매 준비에 돌입한 상태다.

다만 한편으로는 중국 당국의 압박 조치도 여전하다. 지난 28일 중국 베이징 한국국제학교에서 개최된 제4회 한중우호 상품문화교류(KISB 바자회) 행사는 당초 이날 오전9시부터 오후6시까지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중국 공안 당국의 강제 중단 조치로 오후3시30분에 조기 종료됐다. 바자회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20명이 넘는 공안들이 행사 도중 찾아와 행사 참가자들의 출입을 막고 일방적으로 바자회를 강제 종료시킨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당국이 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폐막 이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집권 2기 출범과 함께 진행되는 한중 정상회담 논의와 맞물려 한국 정부에 사드와 관련한 자신들의 주장과 이해를 관철시키기 위해 계획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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