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정부 뭉치니 명품5일장으로 떴죠"

강원도 정선 아리랑시장 가보니
'시장 함께 키우자' 상인 단합에
평일인데도 발디딜 틈 없이 북적
올 '전국우수시장박람회' 개최
팔도장사꾼 17만명 한자리에

김동연(왼쪽 두번째부터) 경제부총리와 전정환 정선군수, 최수규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이 지난 27일 강원도 정선 종합경기장에서 열린 ‘2017 전국우수시장박람회’에서 판매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중소벤처기업부
지난 27일 강원도 정선아리랑시장을 찾은 방문객들이 시장 안을 가득 메우고 있다./박해욱기자
지난 27일 강원도 정선의 아리랑시장. 평일이었지만 시장 안은 발 디딜 틈 없이 방문객들로 빼곡했다.

시장 유명식당 중 하나인 대박집 앞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대기손님 행렬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북문 입구에서 산나물을 파는 초로의 상인은 “이 정도는 사람이 많은 것도 아니라요. 주말에는 앞 사람을 밀면서 다녀야 한다 아입니까”라며 나물 다듬는 손을 바삐 움직였다.

아리랑시장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인기 전통시장이다. 5일장 중에서는 국내 최대규모다. 곤드레밥, 콧등치기국수, 수수부꾸미 등 강원도 지역특산물을 활용한 먹거리로 유명한 곳이다.

‘산이 높아 찾아오는 이가 없다’고 노래하는 민요 ‘정선아리랑’. 여기서 이름을 딴 아리랑시장은 어떻게 이 많은 사람들이 높은 산을 넘어 찾아오게 만들 수 있었을까.

이 시장은 원래 유명한 장터이긴 했지만 정부지원을 지렛대 삼아 명품 재래시장으로 거듭난 케이스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기관인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하 소진공)은 총 11개의 전통시장 활성화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아리랑시장은 거의 모든 사업지원을 받았다. 가깝게는 지난해 초 중소기업청(현 중소벤처기업부)이 실시한 특성화 사업 공모에서 글로벌 지역선도시장에 선정돼 3년 간 25억원의 재정적 지원을 받을 예정이다.

물론 정부지원만이 능사는 아니다. ‘함께 시장을 더 키워보자’는 상인들간 단합이 아리랑시장을 한 단계 도약시킨 또 다른 원동력이다. 현장에서 만난 최수규 중기부 차관은 “제아무리 뛰어난 상인일지언정 혼자서는 시장을 일으킬 수 없다”며 “상인들이 모여서 같은 방향을 보고 갈 때 상인 모두가 주인인 시장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리랑시장에서 차로 5분 거리인 정선 종합경기장. 경기장 주변은 전국에서 모여든 중장년 상인들로 넘쳐났다. 27~29일 사흘 간 열리는 ‘2017 전국우수시장박람회’ 참가자들이다.

이 행사는 국내 최대규모의 상인축제로 전국 재래시장에서 ‘장사 좀 한다’는 상인들이 모인다. 올해로 14회째인 이 박람회에는 매년 평균 17만명의 방문객이 찾는데 주로 상인들이다. 이들은 전국 재래시장과 정부지원 정책의 트렌드를 확인하고 벤치마킹 상인을 탐색하러 이곳을 찾는다.

올해 박람회에는 전국 17개 시·도의 120개 전통시장 상인과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1개 시장 1부스 참가’ 원칙을 감안하면 박람회장에 부스를 차린 상인들은 각자가 속한 재래시장의 대표선수인 셈이다. 지자체와 소진공을 통해 참가비용을 지원받는다 해도 참가기간 동안은 가게 문을 닫아야 하기 때문에 장사에 자신 있는 상인이 아니라면 참가가 어렵다.

이날 행사장에서는 전통시장 유공포상 시상식이 열렸다. 상인회장이 대표로 수상하면 같은 색깔 티셔츠를 맞춰 입은 상인응원단들이 박수 세레모니로 화합을 과시하는 장면이 특히 눈에 띄었다.

이충환 못골시장 상인회 회장은 “1999년까지만 해도 우리 시장 일일 방문객수는 3,000명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주중 1만5,000여명, 주말 2만5,000여명으로 늘었다”며 “정부지원으로 초기에 상인교육을 받으면서 공통된 목표의식을 갖게 됐던 것이 가장 큰 계기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못골시장은 이번 시상식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이 행사를 주관하는 김흥빈 소진공 이사장은 “의존성이 높은 상인들은 정부지원을 받는다 해도 성공가능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며 “잘 되는 전통시장들을 보면 초기 교육과정을 통해 상인들끼리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이러한 점을 계속해서 알려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선=박해욱기자 spook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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