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내는 법인세가 전체 국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내년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아도 법인세 편중도가 심한 편인데 내년에는 더 높아진다는 것이어서 세금 부담으로 기업경영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기획재정부의 2018년 세수전망에 따르면 내년 법인세의 국세 비중은 올해의 22.3%보다 1.2%포인트 오른 23.5%가 된다. 이전까지 최고 기록이었던 지난 2008년의 23.4%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새로 쓰게 되는 것이다.
법인세 비중은 2008년 이후 이명박 정부의 법인세율 인하 기조 등의 영향으로 2015년 20.7%까지 떨어졌다가 이듬해 21.5%, 올해 22.3%로 조금씩 오름세를 타고 있다.
내년에 법인세 비중이 크게 늘어나는 이유는 두 가지다. 문재인 정부의 대기업 증세정책에 대한 영향으로 법인세 수입 자체가 크게 뛰는데 다른 세수 증가는 상대적으로 더디기 때문이다. 정부는 조세정책의 소득재분배 효과를 늘리겠다는 목표 아래 올해 세법개정안에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하기로 했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과세표준 2,000억원이 넘는 초대기업을 겨냥한 것이다. 대기업의 연구개발(R&D)과 각종 설비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도 줄인다. 이런 정책으로 대기업의 세 부담은 내년부터 연간 3조7,000억원이 늘어난다. 중소기업은 세액공제 등 혜택이 늘어 연간 6,000억원 정도 세 부담이 줄어들지만 법인세 전체적으로는 정책효과로 3조1,000억원이 증가한다. 2018년 법인세 수입은 올해보다 9조1,526억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데 만약 정책효과가 없었다면 법인세 비중은 올해와 대동소이한 22.4%로 억제될 수 있었다.
반면 다른 항목의 세수 수입은 증가가 미미하다. 법인세와 소득세·부가가치세 등이 높은 비중 때문에 3대 세목으로 분류되는데 정부의 내년 세수전망을 보면 소득세는 국세 비중이 올해 27.1%에서 내년 27.2%로 0.1%포인트 오르는 데 그친다. 부가가치세는 25.4%에서 25.1%로 오히려 뒷걸음친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법인세 비중이 이미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는 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 비중은 3.2%로 2015년 기준 통계가 집계된 27개국 가운데 7위다. 여기에 한국은 큰 폭의 법인세 인상이 예고된 반면 우리 앞의 벨기에(3.4%), 체코(3.6%), 일본(4.3%) 등은 법인세율이 현상유지 또는 인하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내년에는 이들 나라까지 제치고 5위권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소득세 비중은 2015년 기준 29개국 중 27위, 부가가치세는 32개국 중 30위에 그친다.
전문가들은 법인세에 편중된 세 부담 확대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학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수출 비중이 높아 법인세 부담이 커지면 해외 기업과의 경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특히 외국은 경쟁적으로 법인세를 내리는 추세여서 한국의 기업환경이 상대적으로 더 악화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OECD 회원국 35개국 중 21개국이 법인세율을 낮췄다. 7개국은 현상유지였고 법인세율을 높인 나라는 7개국에 그쳤다.
대기업에 세 부담을 집중시킨다고 해서 문재인 정부의 목표대로 소득재분배 등 조세정의가 실현될지도 불투명하다. 기재부는 지난해 말 ‘법인세 부담 수준에 대한 평가와 시사점’ 정책토론에서 “법인세 인상의 부담은 결국 주주·근로자 또는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 있어 소득재분배에 기여할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세종=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