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무역의날(12월5일)’ 행사에는 통상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무역인들을 격려해줬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걱정이 큽니다. 회장이 사실상 공석 상태고 이번 정부의 정책도 소득주도성장에서 보듯 내수에 방점이 찍혀 있어 무역의날 위상이 예전 같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무역이 살아야 우리 경제도 살아나는 거 아닌가요.”(한 재계 관계자)
올해 우리나라의 무역 규모가 3년 만에 다시 1조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수출 호조에 힘입어 무역 대국 ‘한국’의 위상이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증표지만 업계 무역현안을 지원하는 민간경제단체 ‘한국무역협회’ 직원들의 얼굴은 어둡다. 최근 사임한 김인호 회장의 후임자를 놓고 ‘코드인사’ 논란이 불거지면서 불똥이 협회에까지 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자칫 무역 업계 축제의 장인 ‘무역의날(12월5일)’ 행사에 차질이 빚어지지는 않을까 염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29일 재계 등에 따르면 무역 정책을 짜는 정부와 수출 최전선에 서 있는 기업 간 가교 역할을 하는 무역협회가 제 역할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실상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경제가 국내총생산(GDP) 3% 성장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고 불확실한 글로벌 무역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도 협회 본연의 기능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3·4분기 GDP 성장률이 1.4%에 달해 깜짝 성장을 이룬 데는 수출의 역할이 컸다”며 “그만큼 수출기업이 중요한 셈인데 정부 정책과 실물경제 간에 소통 역할을 해줄 매개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재계의 한 고위임원도 “이번 정부에서 존재감이 미약한 무역협회가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며 “글로벌 시장 환경을 감안하면 앞으로 무역현안에 우여곡절이 많을 수밖에 없어 더더욱 그렇다”고 강조했다.
재계에서는 일단 협회장 선출을 가장 화급한 현안으로 꼽고 있다. 김 회장의 사임으로 현재는 한준호 삼천리 회장이 대행 역할을 맡고 있지만 아무래도 구심점이 약하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전윤철 전 감사원장, 홍재형 전 부총리 등이 유력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 재계에서는 가급적 무역의날 전에 차기 회장이 선출돼 문재인 대통령과 첫 ‘호흡’을 맞추기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많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관료가 됐든 기업인이 됐든 기업 애로사항이 정부 정책에 잘 반영돼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정부와 말이 통하는 인물이 와야 기업들도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우리 수출에 복병이 많은 점도 무역협회가 빨리 제자리를 찾아야 하는 요인이다. 당장 △수출이 반도체 등 특정 품목에 쏠려 있고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미국의 금리 인상 등에 따른 환율 변동성 확대 등으로 우리 기업이 넘어서야 할 장애물이 수두룩하다. 한 기업 임원은 “뭐니 뭐니 해도 수출기업의 성적표가 일자리 확대 등에 사활을 거는 이번 정부의 경제 정책 성공 여부를 좌우할 것”이라며 “그런 맥락에서 경제 정책과 수출기업 역할 간 교집합을 찾아내 정부를 설득하는 노력을 협회가 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희철기자 hcsh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