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조선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29일 “실사작업이 지연되고 있어 11월 중순 이후에나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사는 한계기업이 스스로 독자 생존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작업으로 통상 길어야 두 달 정도가 소요된다. 실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금융권의 신규 여신 작업 등이 중단되기 때문에 최대한 신속히 처리하는 게 기본원칙이다.
하지만 성동조선에 대한 실사작업은 벌써 넉 달째로 접어들며 무기한 지연되고 있다. 조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성동조선의 경우 다음 달이면 일감이 완전히 끊기는데 정부 출자를 받은 국책은행이 실사를 질질 끄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라고 지적했다.
금융권은 성동조선의 실사가 늦어지는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보고 있다. 일단 독자 생존 가능성이 높지 않다. 그동안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치기는 했지만 여전히 고정비 등의 비중이 높아 중국 조선소 대비 가격 경쟁력을 가지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채권단이 청산을 원하고 있지만 대량 실업 등 파급 효과가 커 금융당국 등 윗선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는 말이 정설로 통한다.
또 다른 중소 조선사인 STX조선해양 처리도 문제다. 금융당국은 성동조선과 STX조선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처리한다는 기본원칙을 세워뒀다. 단순히 성동조선뿐 아니라 STX조선까지 포함한 ‘종합대책’을 구상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생존으로 가닥을 잡더라도 연명을 위한 자금지원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양사 합병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문제는 구조조정을 이끌 리더십이 실종됐다는 점이다. 수은·산은 등 국책은행은 명확한 방향을 지시하지 않는 금융당국을 탓하고 금융위원회는 조선업의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손을 놓고 있다”며 서로 ‘남 탓’만 하는 교착 상태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결국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총대를 메지 않고서는 풀리기 어려운 숙제”라고 말했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