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송이 사장 부친 살해범, ‘리니지’ 아이템 거래 정황 포착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의 부친이자 김택진 대표 장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허모(41)씨의 범행 동기가 불분명한 가운데 그가 엔씨소프트의 대표작인 ‘리니지’ 게임 아이템을 거래한 정황이 포착됐다.

경찰은 허씨가 수천만원의 빚을 졌다고 진술한 것과 맞물려 이번 범행이 인터넷 게임 또는 채무와 연관성이 있는지를 가리기 위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양평경찰서는 살인 혐의로 구속한 허씨의 인터넷 게임 접속기록을 조사하기로 하고 통신 영장을 신청했다고 29일 밝혔다.

경찰은 우선 허씨가 어떤 인터넷 게임 아이디를 보유하고 있는지 조사한 뒤, 해당 게임사에 요청해 접속기록, 아이템 거래 내역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허씨는 경찰에서 8천여만원의 빚을 져 매월 200만∼300만원의 이자를 갚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허씨가 게임을 하는 과정에서 채무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경찰의 통신 영장 신청은 범행 동기에 대한 신빙성 있는 진술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허씨의 범행과 리니지 게임을 서비스하는 엔씨소프트 사이의 연관성을 찾아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허씨가 리니지 게임 아이템을 거래한 정황이 포착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9월 리니지 게임 아이템 거래가 이뤄지는 A 사이트에는 허씨로 추정되는 사람이 ‘쌍 태풍 7’이라는 아이템을 산다고 올린 글이 남아 있다. 글에는 허씨가 사용하는 휴대전화 번호와 동일한 번호가 남겨져 있다. ‘서울 강남구 직거래 가능, 경기 ○○시 직거래 가능’이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서울 강남과 경기 ○○시는 각각 허씨의 직장·자택 소재지여서 글쓴이가 허씨라는 추정에 무게가 실린다.

해당 아이템의 거래 가격은 300여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경찰은 허씨가 리니지 유저인지 확인되지 않았으며, 리니지 유저라고 해도 범죄와 연관성이 있는지는 단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까지는 허씨가 윤씨를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증거가 없고, 리니지로 인한 불만이 범행으로 이어졌다면 윤씨가 아닌 엔씨소프트 사장이나 대표가 범행대상이 됐을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다만 리니지 등 인터넷 게임으로 인해 채무가 발생했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부유층이 사는 곳을 타깃으로 해 강도 등 범죄를 저지르려 했다는 추론은 가능해 보인다.

경찰은 허씨의 인터넷 게임 접속기록과 함께 계좌 추적 등을 벌여 허씨의 전체 부채 규모를 확인할 방침이다.

아울러 경찰은 우발적으로 범행했다는 허씨 진술과 달리 계획적인 범행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허씨는 구체적인 범행 동기, 도구 등 수법, 범행 후 행적 등에 대해 신빙성이 낮은 진술을 하거나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

전날 오후 프로파일러 2명이 허씨를 면담했으나, 허씨는 유치장 생활 등 일상적인 내용에 대한 질문에만 간단히 답할 뿐 대부분 질문에는 답변을 회피했다.

이에 경찰은 윤씨가 사는 마을 입구 CC(폐쇄회로)TV를 분석하는 등 다각도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허씨는 사건 당일 오후 5시 12분께 현장으로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었지만, 그 이전인 오후 3시와 오후 4시께에도 한 차례씩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사건과의 연관성은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허씨의 차량에 장착됐던 블랙박스는 지난 19일 오후 5시께 2초 분량의 영상이 촬영됐을 뿐 이후에는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누군가 영상을 일부러 지우는 등 임의로 삭제된 내용은 없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허씨의 휴대전화 사용내역을 분석한 결과, 범행 전날 10여 건 등 그 이전의 발신 내용은 확인되지만 사건 당일에는 발신 내용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확인된 발신 내용도 모두 허씨가 업계 지인 등과 한 전화라서 사건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허씨가 수천만원의 빚을 졌는지 확인해보고, 실제로 빚이 있다면 게임 중독으로 인해 생긴 것이 아닌지 파악하기 위해 통신 영장을 신청했다”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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